분트 [특파원 칼럼]숨겨진 노숙인, 보이는 노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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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9-19 14:35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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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트 남의 나라에 정착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아파트 구하기가 이리 어려울 줄 몰랐다. 아파트 사무소는 내 월 소득이 월세보다 세 배 이상 많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월세 밀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넉넉하게 증명하란 웹사이트 상위노출 소리다. 그러나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만 해도 적당한 지역의 원베드룸 월세가 2500달러 안팎이다. 두 배도 아니고, 세 배라면 월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단 뜻이다.
그들의 깐깐함과 나의 요령 부족으로 인해 소득 심사 기간은 하염없이 길어져만 갔다. 마치 내가 아파트를 빌리는 게 아니라, 아파트 대출금을 빌리기 위해 금융기관 심사를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장기화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일단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좀 더 싼 호텔로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정착한 모텔이 어느덧 내 집처럼 느껴질 때쯤이었다. 불현듯 내가 머문 일주일 가까운 기간 동안 이 모텔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거의 바뀌지 않은 사실을 알아챘다. 그러고 보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숙박객들은 여행자나 출장 온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번은 새벽에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는 바람에 숙박객 전원이 뛰쳐나온 적이 있었는데, 갓난아기를 둘러업고 나온 젊은 부부부터 휠체어를 탄 노부부, 대여섯 살 된 아이들이 포함된 가족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검색해보니, 모텔에서 사는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거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신용 점수가 낮아 아파트를 빌리지 못하거나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모텔로 밀려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곧 모텔 생활 2년째에 접어든다는 한 사람은 내가 묵고 있는 모텔 투숙객의 70%가 장기 체류자라고 썼다. 장기투숙 호텔에서 일한 적 있다는 한 사람은 아이들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할 때까지 사는 가족도 봤다. 나중엔 아이의 고등학교 근처 모텔로 옮겨갔다고 했다.
실제 버지니아 남부 헨리코 카운티에서는 모텔에서 기거하며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113명에 달한다고 한다. 제대로 된 부엌도 없는 모텔은 지속 가능한 거주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모텔에서 사는 사람들은 노숙인으로 간주하지 않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 모텔에서 지내다가 결국 ‘숨겨진 노숙인’에서 ‘보이는 노숙인’으로 전환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도 워싱턴에 주방위군을 투입하면서 ‘노숙인·범죄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우리 수도를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며 노숙인들은 (수도에서) 즉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쫓아낸다고 해서 노숙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텔 주차장에서 본 한 투숙객의 차량이 잊히지 않는다. 구체적인 사연은 알 수 없으나, 차 안에는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꽉꽉 욱여넣은 세간살이가 천장 가득 쌓여 있었다. 그 차의 앞 유리 너머 놓인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책 제목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The case for Trump)였다. 그 모든 풍경이 나에겐 마치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느껴졌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7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직무유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특검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이른바 ‘체포조 명단’을 폭로한 지난해 12월6일 국회 정보위 보고 상황에 주목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오후 4시부터 김 원내대표를 상대로 조 전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 등을 조사 중이다. 조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 계획을 약 1시간30분전쯤 미리 알고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법 15조는 ‘국정원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 및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검은 김 원내대표에게 계엄 당시 조 전 원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이 있는지, 조 전 원장이 국회 보고 등 책무를 인식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특히 홍 전 차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 정보위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체포조 명단도 있었다고 폭로한 경위를 김 원내대표에게 물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홍 전 차장이 요청한 보고 차원의 면담에 정보위 야당 간사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 대신 참석했고, 면담이 끝난 뒤 홍 전 차장의 보고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조 전 원장은 당시 홍 전 차장이 국회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뒤늦게 보고를 위해 정보위 면담 자리에 참석했다. 면담 직후에는 대통령이 국정원에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 없다 등 홍 전 차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자발적으로 면담에 참석한 이날 상황과 계엄 당일 상황을 대비해서 보고 있다. 이날 면담이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김 원내대표,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만 참여해 비공개로 진행된 점 등에 비춰보면, 조 전 원장은 정보위 개의 여부나 보고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계엄 당일 상황을 국회에 보고했어야 한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일부 장관들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 임무가 적힌 문건을 나눠줬던 대통령 집무실,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열렸던 대접견실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 특검은 국무위원이 아닌 조 전 원장은 언제든 정보위에 유선으로라도 보고할 수 있었다고 본다. 조 전 원장은 이날을 빼면 과거 국무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국정원이 지난해 10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관련해 정보위에 유선으로 보고한 뒤 관련 내용을 공개한 점에도 주목해, 조 전 원장이 계엄 당시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은 이 밖에도 계엄이 아닌 다른 사안과 관련해 조 전 원장이 정보위에 보고한 사례 등을 김 원내대표에게 물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6년간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고 정보위에서 국정원 개혁 관련 입법 활동을 다수 해온 김 원내대표에게 국정원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책무 등에 대해서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등이 연루된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추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계엄 당시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세 차례 변경해 의원들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김 원내대표를 상대로 계엄 당시 국회 안팎 상황을 파악하는 작업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깐깐함과 나의 요령 부족으로 인해 소득 심사 기간은 하염없이 길어져만 갔다. 마치 내가 아파트를 빌리는 게 아니라, 아파트 대출금을 빌리기 위해 금융기관 심사를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장기화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일단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좀 더 싼 호텔로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정착한 모텔이 어느덧 내 집처럼 느껴질 때쯤이었다. 불현듯 내가 머문 일주일 가까운 기간 동안 이 모텔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거의 바뀌지 않은 사실을 알아챘다. 그러고 보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숙박객들은 여행자나 출장 온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번은 새벽에 화재경보기가 오작동하는 바람에 숙박객 전원이 뛰쳐나온 적이 있었는데, 갓난아기를 둘러업고 나온 젊은 부부부터 휠체어를 탄 노부부, 대여섯 살 된 아이들이 포함된 가족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검색해보니, 모텔에서 사는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거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신용 점수가 낮아 아파트를 빌리지 못하거나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모텔로 밀려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곧 모텔 생활 2년째에 접어든다는 한 사람은 내가 묵고 있는 모텔 투숙객의 70%가 장기 체류자라고 썼다. 장기투숙 호텔에서 일한 적 있다는 한 사람은 아이들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할 때까지 사는 가족도 봤다. 나중엔 아이의 고등학교 근처 모텔로 옮겨갔다고 했다.
실제 버지니아 남부 헨리코 카운티에서는 모텔에서 기거하며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113명에 달한다고 한다. 제대로 된 부엌도 없는 모텔은 지속 가능한 거주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모텔에서 사는 사람들은 노숙인으로 간주하지 않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 모텔에서 지내다가 결국 ‘숨겨진 노숙인’에서 ‘보이는 노숙인’으로 전환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도 워싱턴에 주방위군을 투입하면서 ‘노숙인·범죄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우리 수도를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며 노숙인들은 (수도에서) 즉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쫓아낸다고 해서 노숙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텔 주차장에서 본 한 투숙객의 차량이 잊히지 않는다. 구체적인 사연은 알 수 없으나, 차 안에는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꽉꽉 욱여넣은 세간살이가 천장 가득 쌓여 있었다. 그 차의 앞 유리 너머 놓인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책 제목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The case for Trump)였다. 그 모든 풍경이 나에겐 마치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느껴졌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7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직무유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특검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이른바 ‘체포조 명단’을 폭로한 지난해 12월6일 국회 정보위 보고 상황에 주목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오후 4시부터 김 원내대표를 상대로 조 전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 등을 조사 중이다. 조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 계획을 약 1시간30분전쯤 미리 알고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법 15조는 ‘국정원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 및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검은 김 원내대표에게 계엄 당시 조 전 원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이 있는지, 조 전 원장이 국회 보고 등 책무를 인식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특히 홍 전 차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 정보위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체포조 명단도 있었다고 폭로한 경위를 김 원내대표에게 물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홍 전 차장이 요청한 보고 차원의 면담에 정보위 야당 간사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 대신 참석했고, 면담이 끝난 뒤 홍 전 차장의 보고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조 전 원장은 당시 홍 전 차장이 국회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뒤늦게 보고를 위해 정보위 면담 자리에 참석했다. 면담 직후에는 대통령이 국정원에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 없다 등 홍 전 차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자발적으로 면담에 참석한 이날 상황과 계엄 당일 상황을 대비해서 보고 있다. 이날 면담이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김 원내대표,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만 참여해 비공개로 진행된 점 등에 비춰보면, 조 전 원장은 정보위 개의 여부나 보고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계엄 당일 상황을 국회에 보고했어야 한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일부 장관들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 임무가 적힌 문건을 나눠줬던 대통령 집무실,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열렸던 대접견실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 특검은 국무위원이 아닌 조 전 원장은 언제든 정보위에 유선으로라도 보고할 수 있었다고 본다. 조 전 원장은 이날을 빼면 과거 국무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국정원이 지난해 10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관련해 정보위에 유선으로 보고한 뒤 관련 내용을 공개한 점에도 주목해, 조 전 원장이 계엄 당시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은 이 밖에도 계엄이 아닌 다른 사안과 관련해 조 전 원장이 정보위에 보고한 사례 등을 김 원내대표에게 물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6년간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고 정보위에서 국정원 개혁 관련 입법 활동을 다수 해온 김 원내대표에게 국정원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책무 등에 대해서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등이 연루된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추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계엄 당시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세 차례 변경해 의원들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김 원내대표를 상대로 계엄 당시 국회 안팎 상황을 파악하는 작업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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