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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용접 ‘케데헌’은 왜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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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9-17 10:58 조회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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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용접 [주간경향] 잘나가는 K팝 여자 아이돌 그룹이 알고 보니 악마를 잡는 ‘데몬 헌터’다. K팝 슈퍼스타 루미, 미라, 조이는 공연이 없을 때면 비밀 능력을 이용해 팬들을 초자연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 재미있지만, B급 장르 영화에서나 보던 상상력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지닌 다른 점이라면 영화를 서포트하는 강력한 글로벌 K팝 팬덤의 존재다. <케데헌>의 초기 흥행엔 영화 속 ‘사자보이즈’가 모티브로 삼은 BTS의 팬클럽 ‘아미’를 비롯한 K팝 팬덤이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케데헌>은 지난 8월 27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서 2021년 공개된 <레드 노티스>를 제치고 누적 뷰 수 1위를 차지했다.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9월 11일 현재 <케데헌>의 뷰 수는 2억9150만회로, 2위 <레드 노티스>의 2억3090만회를 따돌리고 앞서가고 있다.
충무로에 흔한 속설로 ‘흥행은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한국 영화 기획자 김익상 서일대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의 말이다. ‘흥행 가능한 패키지를 밀어붙여 흥행이 성공하는 경우’는 있지만, 제작진이나 영화를 연출한 매기 강, 피처링한 트와이스 멤버들도 이렇게까지 성공할 것은 예상 못 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케데헌>의 글로벌 성공 후 나오는 질문이 있다. ‘왜 <케데헌>은 한국에서 나오지 않았는가?’라는 물음이다. 영화 제작 당시 매기 강 감독은 소니 직원이었다. 그 전 감독의 직장은 드림웍스와 워너 애니메이션이었다.
유튜브에 공개된 제작 비화 인터뷰에 따르면, 처음에는 K팝이 없었다. 데몬 헌터라는 소재만 있었다. 감독은 한국의 ‘데몬’(저승사자·물귀신·도깨비 등) 캐릭터 디자인이 멋있다고 생각해 ‘데몬 헌터’를 구상했고, 그렇다면 이 사냥꾼들이 자신들의 본업을 숨기는 직업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 떠오른 게 ‘K팝’ 가수였다고 한다.
소니는 한국문화를 배경으로 한 아시아 배우들로 채워진 이 기획안을 거절했다. 제안을 수락한 것이 넷플릭스다. 이 아이디어를 구상·발전시킨 것이 매기 강을 비롯한 소니팀이었기 때문에 소니팀은 넷플릭스에서 그대로 작업하게 된다.
영화의 지적재산권(IP)과 관련한 소니와 넷플릭스 사이의 정확한 세부 계약 내용은 알 수 없다. 다만 ‘포브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소니는 약 1억달러에 <케데헌>을 제작한 후 넷플릭스에 방영권뿐 아니라 판권을 넘겼다고 한다.
피상적으로 보면 소니가 <케데헌>을 놔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속편 제작도 소니가 결정한다. 소니가 삼성에 밀려 망했다고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부분에서는 엄청난 글로벌 강자다. 제작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기획 단계에서 한국계 아티스트들을 자기네 제작 영역과 묶어서 가장 한국적인 아이템을 개발해 놨다는 것 자체가 소니가 글로벌 IP 회사 강자이니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박인하 서울 웹툰 아카데미(SWA) 이사장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IP 강자로 소니의 ‘행보’는 여전히 야심차다.
지난해 5월 일본 4대 만화 플랫폼 중 하나인 ‘메챠코믹’을 인수했다. 우리는 소니를 하드웨어 업체라 생각하지만 IP 분야 쪽에서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까지 보유한 IP 콘텐츠 강자다. 자금력이 출중하고 상당한 소프트파워를 가진 회사인 데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제작력도 있는데 메챠코믹까지 갖게 됐으니 웹툰 쪽에도 막대한 콘텐츠를 보유하게 된 셈이다.
소니와 넷플릭스가 어떻게 계약을 맺었든 IP는 그들이 갖고 있으니 흥행에 성공한들 ‘그들만의 잔치’ 아니냐는 비관론이 있다. 반면 <케데헌> 인기가 관광이나 소비재 상품 인기로 이어지면서 흥행의 긍정적 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여전히 앞서 질문은 남는다. <케데헌> 같은 작품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만약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가 없었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다섯 살 때 캐나다로 건너간 매기 강 감독이 만약 한국에 머물렀다면 <케데헌> 같은 작품을 만들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국이었다면 40대 중반까지 애니메이션 작가로 그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장이 없다. 시장에 걸맞게 사람이 크는 것인데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그와 관련한 뛰어난 사람이 있을 거라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미디어연구소 C&X 대표를 맡고 있는 조영신 박사의 말이다. 최근 그는 넷플릭스가 한국의 문화산업을 일으킨 지각변동을 분석한 책 <애프터 넷플릭스>를 펴냈다. 조 박사에 따르면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한 2016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는 K팝뿐 아니라 다른 K콘텐츠, 예컨대 드라마나 영상물도 글로벌 시장에서 잘나가고 있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착시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말한다.
하도 한류, 한류 하니까 우리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다고 생각하고 착시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서 한국산 콘텐츠는 여전히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근거 중 하나가 대표적인 글로벌 OTT 콘텐츠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류가 잘나가고 있다는 분들에게 내가 묻는 게 이것이다. 만약 우리 콘텐츠가 북미에서 영어권 콘텐츠만큼 힘을 가진다면 그들이 투자를 더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나. 투자를 안 늘리는데 왜 자꾸 우리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엄청난 위상을 차지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그는 <케데헌>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25년이지만 기획된 시점인 7~8년 전의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케데헌>이 처음 기획된 것이 5~7년 전이다. 한국 콘텐츠가 뭔가 신기하고 신선한데? 라는 분위기가 할리우드에 있었다. <케데헌>과 비슷한 기획과정을 거쳐 이번에 나온 것이 아마존 프라임의 <버터플라이>, 애플TV의 <케이팝드(KPOPPED)>였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 매기 강이 만든 것만 유일하게 터진 것이다. 영상 제작이라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물이라 동시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이 나온다. 타임슬립이 유행하면 타임슬립물이 자꾸 나오는 것처럼 지난 5~6년 사이에 한국 콘텐츠가 좀 힙하고 새롭다고 생각하고 그 폰테크 시기에 만든 것이 지금 쏟아져 나온 거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면 이후에도 계속해서 한국 것을 갖고 만드는 유행이 지속할까. 나는 아니라는 쪽이다.
<넥스트 한류> 저자 고삼석 동국대 AI 융합대학 석좌교수는 한국의 콘텐츠가 글로벌에선 인기 절정이지만 국내 콘텐츠 산업만 들여다보면 다 힘들다고 한다. 그 이유는 국내의 메이저 사업자들이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할 때 ‘종속론’을 처음 제기했다. 그때만 해도 내 주장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기존 지상파 계열의 프로덕션들이 넷플릭스의 자본과 글로벌 유통망에 의존하면 콘텐츠 제작에 따른 투자나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을 거라고 봐서 대거 넷플릭스에 몰렸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니 너무 쏠렸다. 넷플릭스에 종속된다는 것은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자본과 제작 스태프, 역량, 감독, 작가들의 기초체력이 고갈되고 혁신역량을 발휘할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류가 정상에 도달했고,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피크 한류론’은 맞지 않는 이야기지만, 한국의 문화생태계에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가 많다. 그래서 국내 콘텐츠 산업 위기론과 한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데헌>의 성공이 앞으로 K콘텐츠 산업의 부흥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한창완 세종대 교수(만화 애니메이션 테크 전공·언론학 박사)는 긍정적이다. 그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옛날 것도 공존하고 개발 안 된 골목도 있다. 또 한편으로 완벽하게 첨단도시도 있고, 그 안에 IT 문화가 일상화된 한국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줬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지금까지는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틈새시장을 넘어 글로벌을 겨냥한 새로운 기획이 나올 기반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확실한 것은 K팝을 중심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판타지 붐이 전 세계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영웅본색>을 보면서 사람들이 가졌던 홍콩에 대한 판타지와 비슷하다. 우리가 가보지 않았지만 홍콩 도로와 뒷골목, 식당과 같은 공간에 대한 판타지를 한동안 가졌던 것처럼 전 세계의 10대와 2030이 남산과 서울 명동, 부산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배경이 글로벌한 히트 소재가 될 수 있다.
한국 영화 기획자 김익상 교수는 한류 위기론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는 기우라고 덧붙였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 문화를 최고로 생각해온 자신 같은 기성세대와 BTS가 빌보드차트 1위를 하고 <케데헌>이 넷플릭스 누적 조회 1위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10·20대와는 ‘한류’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세대차가 있으리라는 것이다.
1960~1970년대 청소년 시기를 보낸 사람에게 미국 콘텐츠는 최상위 콘텐츠였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초등학생이나 전 세계 10대와 20대에겐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정상에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 어찌 보면 한류 위기론을 거론하고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전망은 나 같은 기성세대의 기우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젊은 세대, 어렸을 때 <케데헌>이나 K팝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한류 열풍이 지나가는 붐이 아니라 앞으로 몇십 년간 지속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4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열고 관세와 틱톡 매각 문제 등을 논의한다. 미·중은 4차 회담에 앞서 중국 기업 제재와 미국 반도체 반덤핑 조사 카드를 각각 꺼내고 기싸움에 돌입했다.
미국 재무부와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각각 이끄는 대표단은 14~17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4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진행된 미·중 고위급 회담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 6월 영국 런던,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양측은 지난 3차례 회담을 통해 관세전쟁 휴전 기한을 오는 11월10일로 연장했다.
미 재무부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계 SNS 틱톡의 미국 사업부 매각을 비롯해 다양한 무역·경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 문제가 미·중 무역회담 의제에 포함됐다고 공식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미 재무부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미·중의 공동노력도 의제로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기업이 러시아에 무기 부품 등을 수출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우회 지원하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인도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을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에 촉구하기도 했다.
미·중이 다시 협상 테이블 앞에 앉지만 양국이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제재를 주고받으면서 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3일 미국산 아날로그 집적회로(IC) 칩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미국에서 수입한 4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공정의 범용 인터페이스 칩과 게이트 드라이버 칩 등이다. 세계 1, 2위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아나로그디바이스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의 기술 제재에 대한 가장 강력한 보복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이번 반덤핑 조사는 미 상무부가 지난 12일 중국 기업 23곳을 포함한 32개 기업을 수출규제 명단에 추가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GMC반도체와 지춘반도체 등이 미국 제재 대상 기업인 중국 최대 파운드리 생산 기업 SMIC의 미국산 부품 조달을 도왔다는 이유로 제재 명단에 올랐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중국이 관세와 수출통제에 상당한 양보를 받지 않는 한 협상을 서두를 것 같지 않다며 이번 회담은 향후 정상회담에서 틱톡 매각,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펜타닐 관세를 논의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베이징에 초청했지만 관세와 펜타닐 문제에 대한 견해차가 커서 미국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중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덜 주목받는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연예인들이 이게 문제야. 화폐가치에 개념이 없어.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 ‘카페계의 해병대! 메가MGC 커피’ 편에 출연한 딘딘이 이준에게 날린 일갈이다. <워크맨>은 세상의 모든 직업을 리뷰한다는 목적으로 연예인이 직접 직업 체험에 나서는 콘텐츠이다. 메가커피에서 일하던 이준은 돈이나 많이 줬으면 좋겠다라는 사수의 말에 지금도 많이 버실 것 같은데? 월 천 찍지 않느냐, 지점장인데라고 말한다. 사수의 얼굴이 어리둥절해지고, ‘나락 감지 센서’가 켜진 딘딘이 재빠르게 치고 들어온다. 슈퍼카 타고 다니고 이러니까, 침대 제니 침대 쓰고 이러니까. 정신 나가 가지고. 웃음이 터지고, 싸늘해질 뻔한 분위기가 살아났다! 개그는 반복. 이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임금 4만120원(최저시급 1만30원X4)을 받은 딘딘은 이거 이렇게 딱 이렇게 받고 나니까 형의 월급 천만원 발언이 너무 경솔했다.라고 한 번 더 꼬집는다. 쿠키 영상에서 딘딘은 카페인 알레르기가 있다는 이준의 말에 X지게 일해봐야…쓰러질 거 같을 때 카페인 1리터 때리면 아 내가 커피 좋아했구나~ 연예인들은 신기한 게 뭔가 엄청 많아! (카메라) 감독님 봐 알레르기 아예 없게 생겼잖아!라는 농담을 이어간다. 까탈스럽고 가리는 게 많은데 존중받는 연예인의 지위를 은유하는 장치로 알레르기를 갖고 논 것이다. <워크맨>의 메가커피 편의 예능 효과는 ‘세상 물정 모르고 꿀 빠는 연예인’을 혼쭐내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율이 좋은 소재다.
가수 테이는 솔직히 연예인이 개꿀이라는 말로 유명하다. 연예인 당사자가 한 그 말에는 단순히 직업 만족도 100%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는 파급력이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SNS의 발달과 휴대폰 카메라의 보급으로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연예인은 베일에 가려진 존재라는 인상이 강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스타들의 애환, 화려한 삶의 뒤편에 드리운 어둠 같은 것은 비극적인 낭만을 자극하기도 했다. 거기에 특정 개인을 향한 애정이 곁들여지면 연민과 애정은 쇳물처럼 끓어오른다. 우리 OO 어떡해. 그러면 한쪽에서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라는 냉소가 온도를 맞추는 식으로, 연예인을 향한 대중의 감정은 정반합의 주기를 돌았다. 그런데 연예인이 개꿀이라고? 자기연민이라고는 없는 산뜻함이 통쾌한 한편, 듣고 보니 맞는 말 같다. 머리해줘, 화장해줘, 무슨 프로그램 보니까 매니저가 수발 다 들어줘, 돈 받고 맛있는 거 먹고 좋은 데 가서 여행해, 가족들까지 다 끌고 나와서 방송해, 일반인들은 표도 구하기 힘든 공연에 초대 받아서 턱턱 가…진짜 개꿀이잖아?! 매체 환경의 변화로, 유명세가 보장하는 특권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시대. 연예인과 유명인을 향한 대중의 감정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교차하는 선망과 멸시, 숭배와 폄하는 역사적인 가운데 억울함과 상대적 박탈감도 두드러지는 추세다.
전통적으로 ‘스타’ 또는 연예인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이제는 스타를 포함하는 ‘셀러브리티’라는 용어가 더욱 많이 쓰인다. 셀러브리티, 즉 ‘유명인’은 다매체·다채널 시대에 분야를 막론하고 유명한 인물이 다양하게 출현하게 된 사회문화적 배경의 결과다. 또한 자신의 재능으로 유명해졌던 스타와 달리 유명인은 그저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 경우(대표적인 예시가 킴 카다시안이나 패리스 힐튼)나, 알고리즘 등의 SNS 반응을 통해 ‘우연히’ 유명해진 사례처럼 더 넓고 다양한 범위까지 아우른다. 인플루언서, 정치인, 댄서, 웹툰 작가, 요리사,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등의 유명인은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고 인지도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연예인과 유사한 지위로 인식된다. 유명인은 명성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관심받으며, 영향력이 만든 지위를 누린다. 관심과 영향력은 다시 명성을 강화하는 구조를 띤다. 관심경제의 미로 안에서 대중은 본능적으로 안다. 그의 명성은 그가 잘나서가 아니라, ‘우리’가 혹은 ‘누군가’ 그를 사랑하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유명인이 될 수 있고, 그래서 유명인은 본질적으로는 아무도 아닐 수 있다. 2010년 이후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흥행과 SNS의 일상화는 유명인의 의미와 대중의 태도를 바꿔 놓았다. ‘아직 아무 것도 아닌’ 미완의 존재들이 애원하며 매달리고, ‘국민 프로듀서’와 같은 호칭이 주어지며, 투표와 육성을 통해 유명인을 배출하며 전능감을 만끽한다. 확산이 빠른 인터넷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도 쉽게 누군가를 끌어내리고, 작은 행동이나 발언 하나도 영상 속에서 낱낱이 포착해 의미를 부여하는 체험은 칼자루를 대중에게 쥐여준다. 꿀 빠는 유명인이 갖추어야 할 태도는 겸손하게 그 앞에 엎드리기. 그러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네가 감히?!’라는 죄목의 괘씸죄 당첨이다. 다만 생각해볼 문제는, 타인의 평가와 기준으로 노동 윤리 및 보상을 평가한다면 그 누구도(‘나’ 자신조차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냉혹한 진실이다….
유명인이 세상 물정을 모르고, 그들만의 세상을 살고 있다는 계급 차별의 감각은 오늘날의 노동 현실과 구조적 모순, 그리고 정치 혐오와 긴밀하다. 2024년 12월3일 내란 이후, 수많은 국민들이 추위를 뚫고 광장에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 시기 진행된 각종 시상식은 어떤 위화감을 선사했다. ‘연예인들이 천룡인이냐’라는 자조를 끌어냈다. 천룡인은 일본의 베스트셀러 소년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세계 귀족’으로, 작품 내에서 가장 신분이 높으며 ‘천한 것들’을 무시한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의 엄동설한에 시상식용 의상을 차려입고, 몸을 드러낸 채 따뜻하고 화려한 공간에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늘 하던 시상식을 이어가는 장면은 현실감이 떨어져 기괴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런데 이는 잘 알려진 인물이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정치색을 드러내면 탄압하고 괴롭혀온 한국식 탈정치화의 업보이기도 하다. 선거 때마다 유명인의 손가락 개수나 옷 색깔, 하트 색깔까지 검열하고 정치적인 의제에 참여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 속에서, 유명인은 세상이 뒤집어지든 디스코팡팡을 타든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간장게장을 팔고 볼하트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러다 이번 내란 사태처럼 극적인 상황에 이르면,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것이 세상 물정 모르는 유명인의 ‘나이브함’으로 지목되어 뭇매를 맞는 식이다. 물론 유명인을 뽁뽁이처럼 둘러싸고 있는 세계관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할 수 있는 권력으로 작동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 혐오와 탈정치화의 영향을 지운 채 오로지 개인의 머릿속을 꽃밭이라고 비난하고 싶다면, 그 욕구 또한 정의의 이름만은 아니다.
<워크맨>에서 딘딘과 이준은 최저시급으로 4시간 일한 돈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워크맨>의 출연료가 따로 있다. 신입 두 명을 데리고 일한 사수는 평소보다 많은 노동을 짊어졌을 텐데, 그에 대한 보수는 지급되었을까? 유명인에게 느끼는 억울함과 상대적 박탈감은 자신의 자리에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보장받지 못한 불안과 고통에서 기인한다. ‘꿀 빠는 연예인’을 향한 분노라는 집단 감정은, 그나마 그 업계의 착취나 불평등이 남들에게 보이기 때문이다. 유명인을 쉴 새 없이 따라다니는 카메라에 주변에서 애쓰는 노동자들이 함께 포착된다. 그 과정에서 갑질이나 폭력이 드러난다. 일거수일투족이 상품이 되다 보니, 본인은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채 내보낸 일상의 장면에서 부당한 대우나 발언이 밝혀진다. 주연이 수십 억원의 출연료를 챙기는 동안 제작진은 임금체불에 시달린다. 비정규직과 나이 어린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연예산업의 체제는 악질적이고 뿌리가 깊다. 더 많이 가져가는 자도 결백하지 않다. 그러나 ‘갑질’과 ‘미담’ 서사의 양극단 사이만을 오가며,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부당하게 많은 돈을 가져가는’ 유명인을 비난할 때 노동 문제의 본질은 사라진다.
<워크맨>의 스핀오프인 <워크돌> MC인 츠키가 지난 7월 알바를 안 하고 자란 사람들은 진짜 사회성이 부족하다라고 말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그런데 이 비판 대상 또한 연예인 정도로 한정되었을 뿐, 사실 ‘알바를 안 하고 자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라고 여겨지는 임시 직업을 할 필요가 없는 기득권을 뜻한다는 사실은 잘 논의되지 않았다. 폭력적인 신자유주의의 구조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꿀 빠는’ 이들이 존재하며 그중 유명인은 일부다. 재벌가 같은 ‘찐부자’, 파이어족, 부동산업자, 금수저는 추앙하면서 유독 유명인이 부당한 이익을 누리는 것 같아 화가 난다면, 분노의 방향과 결을 성찰할 때다.
<이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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