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학 [정동칼럼] 왜 국민 중심 개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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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7-29 05:38 조회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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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공약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던 이 대통령이 임기 초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개헌 의지를 밝혔고 그 주도권을 국회에 맡겼으니 개헌론은 이제 정치 과정의 상수가 됐다. 국정의 두 축인 국회와 대통령이 나섰으니 개헌의 실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대에 시대착오적인 내란 사태로 민생고가 깊어지면서 개헌에 대한 국민의 관심사는 오히려 기대만큼 충분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 의장과 이 대통령이 모두 국민을 개헌의 주체로 천명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민이 개헌의 주체로 나서지 않는 한 개헌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권자 국민들도 왜 개헌이 필요하며, 왜 그 주체로 나서야 하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1987년 헌법은 6월항쟁으로 국민이 쟁취한 헌법이다. 87년 체제에서 한국형 민주공화제는 산업화와 더불어 민주화를 달성해 세계대전 후의 신생 독립국 가운데 시장경제와 민주공화정을 동시에 이룩한 대표적 사례가 됐다.
한편 87년 체제는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에 의한 국정농단과 헌정 유린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헌정 개혁의 과제를 안고 있음도 명확해졌다. 무엇보다 권력자의 헌정 유린으로 국민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를 실제로 경험했다. 동시에 불확실성이 감당할 수 없으리만큼 커진 국내외 상황은 정치 과정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지 않고서는 안정적인 민생 확보가 어렵다는 냉혹한 현실도 일깨워주었다. 결국 87년 헌정 체제는 그동안의 성취를 이룬 계기들을 온전히 계승하면서도 모자란 점을 보완하기 위한 개혁의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즉 87년 헌정은 국가권력의 일방 독주를 효과적으로 견제하면서도 만성화된 정치 교착을 돌파해 정치적 생산성을 높이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이중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권력의 견제와 생산성 높은 정치라는 이중과제를 돌파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은 주권자 국민을 중심으로 한 ‘더 강한 민주주의’에 달려 있다. 87년 헌정의 반복적 위기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핵심은 ‘민주화의 역설’로 빚어진 ‘민주주의의 결핍’ 때문이다. 민주화의 성과물들이 정작 주권자 국민들의 정치적 권능을 강화하는 것보다 관료들이나 검찰, 법원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조직이기주의만 강화해준 탓에 민주적·공화적 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터져나온 게 12·3 내란 사태다. 국회 또한 중앙집권화된 공천제도에 기반한 정당제도와 비례성을 상실한 선거제도로 인해 거대 양당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진정한 국민 대표가 아닌 지역이나 정파만 과대 대표되고 정작 국민은 주어진 정답지에 제한된 선택만을 강요받는 민주주의의 결핍이 구조화됐다.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폭주는 단순한 권력구조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처럼 정치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의 지체가 낳은 독버섯과 같다.
결국 이제 헌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국가기본법인 헌법의 저자는 국민이라는 공준에 입각한 헌정 개혁이 절실하다. 87년 헌법의 어떤 부분을 계승하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 그리고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바꿀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이 참여해 숙의할 수 있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야 헌법이 진짜 국민의 헌법이 되고 그 헌법에 따라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또 국가권력이 헌법을 다시 무시하고 어기려 들 때 국민이 나서서 막아내고 헌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국민의 직접 행동으로 현대사의 고비마다 독재헌법을 극복하고 민주공화헌법을 쟁취하고 또 지켜온 힘은 헌법이 권력자의 법이 아니라 주권자 국민의 법이라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기반한 것이다. 개헌이 국민 중심이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더 이상 알량한 여야 합의를 빌미로 헌정 개혁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정치개혁이든 권력기관 개혁이든 권력구조 개혁이든 여야가 아니라 주권자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숙의해 결정하게 하라.
국민이 헌법의 저자이고, 바로 이 주체의 정상화가 한국형 민주공화제가 완성태로 진화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북 전주시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추진한 ‘공공배달앱 구독 할인사업’ 예산의 절반 이상이 특정 시의원의 가족 사업장에 집중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시의회 등에 따르면 전주시의 공공배달앱인 ‘전주맛배달’의 구독 할인 서비스로 지출된 1억800만원의 예산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약 7000만원이 전윤미 전주시의원과 가족, 지인이 운영하는 미용실 4곳에 지원됐다.
구독 할인 서비스는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소비자가 참여 매장에서 일정 금액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 의원은 사업 당시 관련 예산을 심의한 상임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가족 등이 사업에 참여했는데도 심의 과정에서 본인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방의회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당 전주시지역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행정 실책과 감시 부재가 낳은 결과”라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관기관 직원 권유로 사업에 참여했지만 이후 상임위 소관 사업임을 인지하고 스스로 중단했다”며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의회 문화경제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람들도 믿지 않고 나도 감추곤 하는 대학 경력 두 가지. 내가 화학과를 졸업했다는 것과 문학 동아리에 있었다는 것(결국 이렇게 만천하에 드러낸다).
감추는 이유는 똑같다. 화학도, 문학도 아는 게 없어서다. 화학은 좀 즉흥적으로 선택한 전공이지만 문학 동아리 문을 두드린 건 오랫동안 맺힌 한이 있어서다. 중고등학교 때 문예반을 가고 싶었다. 그런데 당시 문예반은 동아리를 정하지 못한 친구들을 모아 자습시키는 곳이었다. 나는 선택했지만, 학교에서는 나를 선택하지 못한 사람의 그룹으로 묶었다. 그때 맺힌 한을 풀기 위해 간 곳인데 정작 대학의 문학 동아리에 들어가서는 사회과학책만 읽고 시국 토론만 했다. 도무지 문학 할 틈이 없는 사람처럼 동아리 방에도 자주 들르지 못했다.
결국 나는 시를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좋은 시를 알아보는 눈은 없고 좋아하는 시가 있을 뿐이다. 대학 시절 시집을 꽤 모았다. 사람들로 하여금 일찌감치 시인의 꿈을 접게 하는 이성복, 황지우, 기형도 같은 시인들의 시집도 좋아했지만 내가 정말로 애지중지했던 시집은 따로 있었다. 김해화의 <인부수첩> 같은 경우가 그랬다. 인부수첩이라니, 제목만으로 충분했다. 친구는 이 시집을 두고 문학적으로는(?) 잘 모르겠다고 완곡하게 말했지만, 나는 털보 노동자 사진이 박힌 표지부터 시집 끝줄에 시인이 박아 넣은 ‘주암댐 공사장에서’라는 문구까지 좋아했다. 시인들은 말 하나를 찾기 위해 지옥까지도 간다고 하지만 왠지 ‘주암댐 공사장’ 같은 곳에는 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는 시인이 없는 곳에서 탄생한 시인이었던 셈이다(참고로 그는 “나는 시인이기를 거부한다”고 썼다).
어쩌면 나는 가난을 노래하는 시인보다 그냥 가난한 시인을 좋아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난에 대한 노래보다 가난의 노래를, 변호사의 세련된 논변보다 피해자의 떨리는 증언을 더 시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예전 EBS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도 그랬다. 좋아하는 시 세 편을 소개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내가 김남주, 최승자의 시와 함께, 아니 이들의 시보다 먼저 낭독했던 것은 탈시설 장애인 노경수의 시였다. 사실을 말하자면 시가 아니라 증언이었다. 탈시설 증언대회에서 그는 시설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는 콩나물국이 나온다/ 넓은 대접에 밥을 말아가지고 온다/ 아이들은 그것도 정말 잘 먹는다/ 점심은 콩나물국에 김치를 넣은 국이 나온다/ 저녁은 콩나물국에 김치를 넣고 거기다 두부를 넣은 국이 나온다/ 거기다 밥을 말아서 아이들에게 먹인다/ 잘 먹는다/ 왜? 배고프니까/(…) 춥고 배고픈 것보다 더 슬픈 건 내가 짐승이 되어가는 기분”.
세상에는 시가 넘쳐나는데 시인이 없는 곳들이 있다. 이들의 목소리, 이들의 증언이 시가 되려면 시인과 연줄이 닿거나 문단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 가난한 사람들, 이를테면 벽은커녕 문턱도 넘을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는 그야말로 ‘퉷’이다. 이럴 땐 별수 없이,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시인이 스스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지난주 세상은 모르고 우리만 아는 시인이 한 명 탄생했다. 박정숙의 <통증일기>(끌레마). 몇몇 평론가와 문학 출판사 쪽을 뚫어보려고 했으나, 나로서는 좋은 시가 어떤 것인지를 모르니 그들이 허락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없다. 별수 없이 친구들이 돈을 모아 자비출판을 했다. 지난 목요일 저녁에는 카페에서 낭독회도 가졌다. 열일곱의 나이에 “함께 죽자”는 아버지를 뿌리치고 목발 하나에 의지한 채 처음 산을 넘었던 장애인 여성이 60대 중반이 되어 자신이 넘어온 산들에 대해 증언하는 시들을 읽었다.
우리에게도 시인이 생겼다. “나는 중증지체 장애인이다/ 그래서 웃는다”(‘모른다2’). 이 ‘그래서’를 누가 알까. 평생 가슴을 쳐 멍 자국으로 남은 이 접속사를 누가 알까. 그런데 드디어 이 멍 자국을 지닌 시인이 태어났다. “오늘을 주물러 내일”로 가고, “누군가/ 병신이라 내친다 한들/ 기어오를 오기”(‘다리에게’)를 지닌 시인이 태어났다.
“장애인은 매일매일 눈을 뜨면 마치 전장에 나가는 병사처럼 비장한 각오로 오늘을 살아간다 세상은 거대한 혐오의 눈으로 다가오기에 호흡마다 기도해야만 살 수 있다 숨결마다 투쟁해야만 살아남는다”(‘통증일기’). 아침마다 병사가 되고 호흡마다 기도하며 숨결마다 투쟁해야 했던 시인은 정작 자신은 시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다만/ 가슴에 강이 흐를 뿐”(‘시인이 아니다’). 그러나 박정숙은 이제부터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고 나는 이 시집을 오랫동안 간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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