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개발청장 김의겸·국립중앙박물관장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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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7-22 13:05 조회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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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 같은 4곳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은 전북 군산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한겨레신문 기자로 일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강 대변인은 “지역 협력과 홍보 소통 등을 기반으로 새만금을 재생에너지 기반 RE100 국가산단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 인사조직개혁팀장, 교보생명보험 인사조직담당 부사장 등을 거쳤다. 강 대변인은 “인사·조직관리 경험을 활용해 국민을 위해 유능하고 충직하게 일할 수 있는 공직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금융위 금융정책과장과 상임위원, 사무차장 등을 지냈다. 강 대변인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핀테크 혁신 방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 등 정책 수립 경험을 두루 갖춰 금융 분야에서 혁신과 안전성 간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영남대 박물관장과 문재인 정부 문화재청장을 지냈다. 강 대변인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대중 참여형 문화 확산에 기여한 학자”라며 “전통유산의 재해석 등을 통해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 더욱 높일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난파선, 시대상 보전된 타임캡슐청동기부터 20세기까지 3500년12척 배를 통해 들여다본 세계사
침몰된 배가 바꾼 지중해 판도 등수면 밑 봉인됐던 이야기 풀어내
“바다는 과거 존재를 기록한 가장 위대한 문서”라는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1902~1985)의 말이 <바다가 삼킨 세계사>만큼 맞춤하게 들어맞는 책도 드물 것이다.
책은 청동기 시대부터 20세기까지 약 3500년에 걸친 세계사를 12척의 난파선을 통해 보여준다. 난파선은 당대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전하고 있는 타임캡슐이다. 선체 자체와 배에서 발견된 물품들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바다에 봉인됐다가 시간을 건너뛰어 현재의 모습을 드러낸다. 잠수사 자격증을 가진 고고학 박사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저자는 45년간의 수중고고학 탐사 경험과 다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결합해 풍성한 이야기를 빚어낸다. 12척의 난파선은 인류사의 흐름에서 중요한 매듭에 해당하는 시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시작은 기원전 16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도버 보트’다. 1992년 영국 남부 항구도시 도버에서 발견됐다. 기원전 1575~1520년 사이에 건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이 보트를 복제해 만든 배로 시험 항해를 한 결과, 청동기 시대 브리튼섬의 주민들이 혼인이나 교역을 위해 영불해협을 오가는 대양 항해 능력을 보유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대양 항해 능력은 몇 세기 뒤 지중해 문명을 꽃피우는 토대가 된다.
바다가 삼킨 세계사데이비드 기빈스 지음 | 이승훈 옮김다산초당 | 516쪽 | 2만5000원
1980년대 튀르키예 서부에서 발견된 울루부룬 난파선은 기원전 14세기에 건조된 길이 15~16m의 배다. 고대 이집트에서 물자를 싣고 고대 미케네를 향해 항해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판재와 용골은 튀르키예와 레바논에서 자란 삼나무로 만들어졌다. 난파선에서는 미케네인들이 와인을 담아 마셨던 잔인 ‘킬릭스’, 코끼리 어금니 일부와 하마 이빨 13개,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 ‘암포라’ 등 여러 가지 물건이 나왔다. 특기할 점은 배에서 발견된 구리 10t과 주석 1t이다. 이 정도 규모의 구리와 주석으로 청동 11t을 만들 수 있는데, 고대 그리스 무기 연구자에 따르면 청동 11t은 당시 검 5000자루, 창날 5만개, 갑옷 600벌을 제작할 수 있다. “즉 이 배에 실린 화물만으로 미케네 도시국가 군대 전체가 무장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이 배가 난파하면서 당시 지중해 지역의 세력 균형이 바뀔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1996년 튀르키예 서부 해안에서 발견된 텍타쉬 난파선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전성기 모습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물이다. 이 난파선에서는 기원전 5세기의 가장 뛰어난 예술 작품으로 꼽히는 청동 조각상이 발견됐다. 전성기 아테네에는 청동 조각상 3000개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뒷날 그리스를 지배했던 여러 세력들이 조각상을 녹여 무기 제작 등에 사용한 탓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대형 청동 조각은 10개 미만에 불과하다.
저자는 뒤이어 로마제국 전성기의 플렘미리오 난파선, 6세기 비잔티움의 마르자메미 난파선, 16세기 대항해 시대 영국 해군 전함 메리 로즈호, 네덜란드가 해상 무역의 강자로 군림했던 17세기 네덜란드 상선 산토 크리스토 디 카스텔로호 등을 차례로 소개한다.
전반적으로 서유럽에 편향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긴 하지만, 책은 고대 그리스·로마와 근대 유럽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던 이슬람 문명과 산업혁명 이전까지 유럽을 압도했던 중국 문명을 위해서도 하나의 챕터를 할애하고 있다. 1998년 인도네시아 벨리퉁섬 근해에서 발견된 벨리퉁 난파선이 그것이다.
벨리퉁 난파선은 선박 건조 방식, 선체 형태, 사용된 목재 등으로 미뤄 9세기 아바스 왕조 페르시아에서 건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페르시아만을 출발해 중국의 광저우에 화물을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에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 난파선에서는 당시 당나라 사발 5만7000개와 다른 도기류 3000점, 엽전 등이 발견됐다. 페르시아와 당 왕조 사이에 활발한 교역이 있었다는 증거다. 당시 페르시아 선박들은 7~9월 사이에 남서쪽에서 부는 몬순풍을 타고 중국으로 갔다가 10~12월까지 북동쪽에서 부는 몬순풍을 타고 돌아왔다.
벨리퉁 난파선에서 벼루가 나왔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중국의 제지기술이 이슬람 문명권으로 전파됐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바그다드에 있던 ‘지혜의 집’은 그리스와 라틴어 저작을 아랍어로 번역하는 인문학 중심지였다. 아랍어로 번역된 그리스·로마 고전은 이후 유럽으로 역수출돼 르네상스의 동력이 된다. 당시 아바스 왕조와 당 왕조에 있던 도서관들은 유럽의 그 어떤 도서관보다 규모가 컸다.
저자는 아프리카 노예무역이라는 자국의 어두운 역사에도 주목한다. 저자는 1721년 작전 중 침몰한 영국 해군 전투함 로열 앤 갤리호의 중요 임무 중 하나는 해적으로부터 아프리카 노예들을 태운 무역선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군대를 투입해야 할 만큼 영국의 노예무역이 활황을 이루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1711년부터 1720년까지 15만명이었던 노예의 수가 1721년부터 1730년까지는 20만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영국 해군은 18세기 초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해적 행위를 끝장내 노예무역이 방해받지 않고 번창하도록 앞길을 활짝 열어주었다. 그 뒤로 한 세기가 지나야 영국 해군은 노예무역 ‘보호’에서 ‘진압’으로 역할을 바꾸게 된다.”
이외에 로열 앤 갤리호의 잔해에서 발견된 영국 금화에 새겨진 상아 문양도 영국이 서아프리카를 약탈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증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워터밤의 계절이다. 워터밤은 관객과 아티스트가 물총싸움을 하는 참여형 페스티벌로, 2015년 처음 개최되었다. 물 낭비, 일회용 물총 쓰레기 생산, 성희롱과 안전 문제 등 논란이 매해 반복되지만 워터밤은 올해에도 죽지 않고 돌아왔다. 그말인 즉, 워터밤에 수반되는 섹슈얼리티의 발산을 둘러싼 논의 또한 ‘밤(bomb)’되는 시기란 뜻이다. 노출이나 섹스어필이 강한 워터밤 무대가 끝나면, 알고리즘이나 일상 대화에서 “워터밤 OOO”가 여름날 초파리처럼 자욱하게 피어오르곤 한다. 대표적인 예가 솔로가수 권은비의 퍼포먼스. 2023년 권은비는 ‘워터밤 여신’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솔로곡 <언더워터>를 역주행 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개인의 무대 수행 능력과 육체적 매력이 결합한 결과였다. 올해에도 권은비의 무대는 관심과 화제의 중심이었고,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워터밤이 분출하는 신체 이미지를 찬양하는 목소리와 비판하고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저마다의 맥락과 의도가 얽혀 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워터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넘쳐나는 여성 육체의 재현, 이를 둘러싼 논의는 결국 여성이 어떻게 주체가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정치적 질문과 연루된다.
멧갈라에 간 제니, 워터밤에 간 권은비, 트월킹을 추는 걸그룹과 여성 댄서…여성의 성적 매력 어필과 신체는 오늘날 ‘과하다’라고 여겨질 만큼 흔한 시각적 정보다. 그런데 언제나 문제시되는 것,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오로지 여성의 몸이다. 여성이 육체를 드러내고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행위에는 상충하는 두 가지 의미가 공존한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가부장제와 성적 엄숙주의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여성을 육체적 존재로 제한하고 관음하는 가부장제의 욕망과 여성의 몸을 자원으로 삼는 산업에 착취당할 위험. 누군가는 드러난 육체에 환호하고, 누군가는 불편해하고, 누군가는 ‘싸매라’고 오열한다. 이 분열을 김주현의 저서 『외모 꾸미기 미학과 페미니즘』(책세상, 2009)의 사유에 기대 성찰해 보자. 김주현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통제함으로써, 즉 노출이나 외모 꾸미기를 중단함으로써 가부장제의 대상화와 착취에 저항하고자 하는 선택을 ‘미적 금욕주의’라고 명명했다. 이 아해는 꾸미기를 멈추고 몸을 가리라고 한다. 한편 전통적인 여성미를 여성의 긍정적 미덕으로 보고 이를 강화하는 전략은 ‘도취적 나르시시즘’이다. 이 아해는 여성들이 외모 권력을 통해 가부장제의 시선을 역전 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워터밤 여신’이나 ‘섹시 직캠’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인플루언서처럼 아름다움 자체가 직업이 되는 현실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이나 섹슈얼리티는 언뜻 권력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성중심주의 미학은 여성을 미적으로 경멸해왔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여성들의 미는 ‘신체미’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이는 여성을 육체적 존재로 제한하며, 여성에게는 정신이나 이성이 깃들지 않는다고 보았다(113쪽). 실제로는 지적이고 영민했던 마릴린 먼로를 ‘백치’의 이미지에 가두거나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이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로스쿨에서 철저히 무시 받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 여성의 신체미조차 남성적 기준을 따르기에 여성은 남성 쾌락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폄하다. 소위 말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개념 자체가 (권력자가) ‘보시기 좋은 것’으로 구성되었으니, 아름다움을 소유한 여성조차도 결국은 주체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부장제는 여성에게 아름다움이 전부라고 주장하면서도, 여성이 아름다움으로 무언가를 획득하면 이를 부당한 거래로 취급한다. 대상의 쾌락을 위한 것이기에 여성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이용할 수 없다. 미적 금욕주의는 이러한 경멸을 벗어나고자,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을 줄이기를 선택하는 전략이다. 여성이 신체미에 국한되지 않는 존재라고 선언하고 대상화를 거부하는 것이다(114-115쪽). 목적과 전략의 차원에서 탈코르셋 운동 또한 이 갈래에 속한다.
미적 금욕주의는 보호의 외피를 두르기에 일견 매력적으로 보인다. 현실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이나 섹슈얼리티를 드러내는 여성은 마음껏 성희롱하고 노출을 요구해도 되는 존재로 전락한다.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 성폭력 문화를 바로잡는 일은 너무 아득하고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여성들이 몸을 가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조절하는 것은 훨씬 쉽고 빠른 해결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문제는 몸이나 성적 대상화 그 자체가 아니다. 올해 워터밤에서 엑소의 카이가 잘 관리한 몸을 드러냈을 때, 남성은 아무도 그를 꽁꽁 싸매서 보호하려 하지 않았다. 성적 대상화는 매력을 주고받는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신체와 호감을 자원으로 삼는 케이팝 산업에서는 필수적이다. 핵심은 성적 대상화가 성적 물화—개인이 신체의 일부로 불리거나, 몸이 전부인 존재로 여겨지거나, 감정이나 의사는 고려하지 않고 희롱하거나 침범해도 되는 것으로 취급하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이다. “여성이 외모에 관심을 갖고 멋을 내면 남성적 시선의 대상이 될 뿐이니 외모 꾸미기에 무관심해져라”(116쪽)라는 미적 금욕주의는 여성을 멸시하는 전제를 그대로 둔 채, 멸시를 피할 방법만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최악의 경우는 미적 금욕주의자들의 탈심미화가 곧바로 여성 스스로 여성임을 부정하는 탈성별화에 그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남성화로 귀결되는 것”(130-131)이라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렇다면 역시, 억압과 해방을 다 벗어던지고 시원하게 즐겨야 ‘쿨한’ 것일까? 도취적 나르시시즘은 “더 많은 대상화는 더 많은 권력을 가져다준다”(198쪽)고 믿으며, 마돈나처럼 가부장제 미학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마침내 욕망의 주체이자 권력의 상층부에 이른 사례를 근거로 삼는다. 실제로 마돈나와 같은 ‘퀸’이 빼어난 능력과 아름다운 외모, 섹슈얼리티를 과감하게 활용하면 여성을 ‘성적 매력은 있으나 그것을 활용할 줄 모르는 순진한 소녀 또는 처녀’로 제한하는 가부장제를 일부 타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것이 여성들 간의 위계를 만들어내고, 결국 외모 권력으로 인한 차별을 지지하게 되기에 문제적이다. 심지어 도취적 나르시시즘의 논리는 ‘여성은 예쁘게 태어난 것이 고시 3관왕’처럼, 여성이 성취할 수 있는 분야를 아름다움에 한정하는 가부장제의 언어와 흡사한 면이 있다. 워터밤 여신으로 건물주가 되었다는 신화를 내세우며 여자 연예인에게 ‘뜨고 싶으면’ 워터밤에서 노출하라고 강요하는 목소리가 실존하는 현실에서, “몇몇의 탁월한 성공담을 과시하는 것은 대부분 가부장제의 하층부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여성에게 ’보여지는 대상‘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묵묵히 순응하도록 독려하는 가부장제의 장치가 되지는 않는가?”(201쪽)
호시탐탐 ‘돈 되는’ 여성의 몸을 노리는 산업, 여성이 몸을 드러낼 때 가장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구조, 여성이 자신의 육체와 섹슈얼리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랑스러워할 때 쏟아지는 멸시(“너 그 정도 아니야”)와 조롱…. 그럼에도 질문해야 한다. 여성은 그렇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나? 뭘 해도 대상화되는 피해자일 수밖에 없으니 그저 몸을 사려야 하는가? 뿌리 깊고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그동안이라도 싸매고 있으라기에는, 가부장제가 보호와 관리의 명목으로 여성을 통제하고 섹슈얼리티와 아름다움의 주도권을 빼앗은 역사가 이미 너무 길다. 여성의 아름다움과 섹슈얼리티는 여성 자신의 것이다. 탈취와 타자화를 두려워하여 억누르기만 한다면, 칼자루는 넘어간다. 남성적 시선을 비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이성애 중심적이며 오히려 남성 주체에게 권위를 부여한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대안 중 하나로 ‘저항적 나르시시즘’을 소개한다. 저항적 나르시시즘은 가부장제의 시선에서 보고 싶지 않거나 아름답지 않은 몸을 실천하며 여성 신체미를 재구성하기에,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223쪽). 제멋대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구성하며 다른 방식으로 섹슈얼리티를 발산하고 만끽해보는 것이다. 현대 예술가처럼 행위 예술을 하거나 바디 호러의 주인공이 될 필요까지는 없다. 타인의 아름다움을 외부의 잣대로 평가하거나, ‘보기 좋지 않음’(이를테면 ‘천박해보임’)을 감지했을 때 잠깐 머물며 이것이 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성찰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성적 대상화가 성적 물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연결고리를 끊고 신체나 섹슈얼리티를 열등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구조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워터밤 무대에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낸 여성이, 그렇다고 해서 폭력과 착취에 동의한 것은 아님을 명백히 하면서 말이다.
<이진송>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3년간 한시적으로 재도입하는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위 소위원회를 통과하자 화물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국민 안전을 시한부로 연장하겠다는 결정”이라며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을 또다시 벼랑 끝으로 밀어넣는 퇴행적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안전운임제는 화주 → 물류 자회사 → 운송사 → 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화물노동자의 최소 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컨테이너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기사들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제도 일몰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별도 입법에 나서지 않으면서 폐지됐다. ‘3년 일몰’을 씌운 이번 안전운임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다시 시행은 되지만 3년 뒤 폐지되는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가 다시 한시적으로 도입되면 화주와 운송사가 ‘어차피 없어질 법안’이라며 운송료 삭감 등 제도 흔들기에 나설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1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도 도입 전부터 무분별한 운임 삭감이 현장을 휩쓸고 있다”고 했다.
노조가 공개한 자동차 제조업체 자회사인 화주 A사의 운임 삭감 현황을 보면, A사와 운송 계약을 맺은 운송사 B사는 안전운임제 시행 당시 부산~울산 구간 운송료로 32만6000원을 책정했는데, 제도가 폐지된 지난해 하반기에는 17.2% 삭감된 27만원을, 올해 하반기부턴 38.7% 삭감된 20만원으로 책정했다. A사와 운송 계약을 맺은 운송사 30여 곳의 안전운임제 시행 대비 올해 하반기 평균 운송료 삭감률은 35.1%에 달했다. 노조는 “운송료 중 운송 원가와 유류비를 제외하고 화물노동자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6.4%”라며 “운송료의 35.1%가 삭감되면 사실상 화물노동자의 소득은 0에 수렴한다”고 했다.
노조는 A사와 같은 대형 화주들이 운송료를 삭감하면 화물 운송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화주와 운송사가) 안전운임제 도입 전 시장 운임을 최저 수준으로 만들고, 안전운임제 시행기 물류비가 급상승하는 지표를 만들어 정상적인 제도 운용을 방해한다”며 “이러한 전략은 2018년 안전운임제를 법제화했을 때와 2022년 제도 일몰 전에 반복된 바 있다”고 했다.
국토위 소위를 통과한 안전운임제는 적용 품목도 컨테이너와 BCT로 이전과 같다. 화물노동자들은 철강과 일반화물도 안전운임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철강과 일반화물은 2020년 안전운임제가 시행됐을 때 ‘안전운송원가’가 도입된 품목이다. 매년 국토교통부가 화물 운임 산정에 참고하도록 안전운송원가를 고시한다. 노조는 철강과 일반화물은 안전운송원가에 적정 소득만 더하면 안전운임을 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지 않는 철강과 일반화물은 화주가 매년 최저입찰제를 시행해 10년간 운임 상승률이 마이너스에 달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장재석 화물연대본부 포항지역본부장은 “저가 수입 철강 제품으로, 수입 감세 폭탄으로, 내수 경기 침체로 인해 운송 물량은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매년 최저입찰제로 운송료는 하락하고 있다”며 “철강 화물노동자가 수익이 남으려면 과로, 과속, 과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동수 화물연대본부 대경본부장은 “일반화물 차량은 전체 화물 차량의 약 30%”라며 “일반화물에 대한 안전운임제 확대는 화물 운송 산업 전체의 구조를 바로잡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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