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형사변호사 “협박 때문” 항변해도 법원선 ‘실형’···캄보디아 스캠 가담 한국인 판결문 14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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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10-21 02:31 조회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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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향신문이 대법원 인터넷 판결서 열람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최근 1년간 ‘캄보디아 범죄단체 가입 사건’ 1심 판결문 14건을 보면 피고인 14명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중 2명만 벌금형이고 12명은 징역형이었다. 범죄 조직에서 맡은 역할과 가담 정도, 피해 규모, 증거인멸 시도 여부 등에 따라 선고형량은 징역 1년부터 5년6개월까지 다양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콜센터 상담원, 번역조, 매니저 등 조직 내부의 ‘핵심 업무’를 맡은 경우 대부분 중형이 선고됐다. 단순히 계좌나 휴대전화 명의를 제공한 사람들과 달리, 범행 실행 단계에서 직접 피해자와 접촉하거나 지시를 받은 정황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피고인 A씨는 2023년 11월 지인을 통해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기로 했다. 이후 조직 내 중간관리자들로부터 범행 수법과 내부 규율 등을 교육받고 2024년 1월부터 3월말까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했다. 이후 A씨는 콜센터 숙소에서 합숙생활을 하며 피해자 유인 역할도 했다. 울산지법은 “피고인은 범행을 그만둘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자발적으로 범죄단체에 머물렀고, 비자까지 재발급받아 체류를 연장했다”며 “단순한 유인책을 넘어 조직에 깊이 관여했다”고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번역 업무를 맡은 사람들에게도 무거운 형량이 선고됐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9월 중국인 조직원이 작성한 ‘주식 리딩 사기’ 문구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교정한 B씨에게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범죄행위 일부만 분담한 게 아니라, 해외 범죄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조직적 역할을 수행했다”며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매니저’로 활동한 C씨도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C씨는 ‘한 달에 1000만~15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지난해 2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C씨는 약 4개월간 주식 종목을 추천하며 피해자 31명을 속였고, 피해액은 30억원에 달했다. 대전지법은 “피고인이 실제 얻은 범죄 수익은 1000달러에 불과하지만, 그 역할이 전체 범행을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데 핵심적이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피해 규모가 크거나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해 범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 형량은 더 높았다. 한 피고인은 피해자 57명, 피해액 100억원 이상이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고인이 조직의 재정 기반을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며 “경제적 목적을 위해 장기간 범죄단체의 일원으로 활동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범죄조직인 줄 몰랐다”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대부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도박 채무를 갚기 위해 캄보디아로 건너가 계좌관리 업무를 맡은 D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D씨 측은 “단순히 환전용 계좌를 제공했을 뿐, 주식 리딩방 사기에 연루된 사실은 몰랐다”고 항변했다. 또 “조직원들의 협박과 감금으로 어쩔 수 없이 협조했다”며 “형법 제12조(강요된 행위)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기 범행의 구체적인 수법을 전부 알지 못했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 실현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했거나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현지 숙소에서 일정한 제약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행위를 전혀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가 제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법인 계좌를 제공하고 관리한 이상, 범행 전체에 가담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사건 사기는 ‘총책–관리책–유인책–대포통장 공급책–자금세탁책’으로 구성된 점조직 형태로, 각자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전체 범죄가 완성된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이 범행의 전모를 알았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울산지법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피고인 E씨는 “한 달에 5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로 건너가 번역조로 일했다. 그는 중국인 조직원이 작성한 ‘주식 리딩방’ 시나리오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피해자와 직접 상담을 진행했다. E씨 측은 “단순 번역 업무만 맡았을 뿐, 범행의 구체적 수법이나 피해 규모는 알지 못했고, 얻은 수익도 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 번역자가 아니라 메신저 검수와 문맥 수정 등 한국어 자료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았고, 한국인 상담원을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급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캄보디아를 여러차례 드나들며 조직 핵심 인물들과 소통했고, 콜센터 직원 모집과 관리에도 관여했다”며 조직 내 중추적 역할을 인정했다.
법원은 “지시를 받고 급여를 수령하는 등 피고인의 행위가 사기 실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지적하며 E씨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귀국 직전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텔레그램 메시지와 연락처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은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2007년 판결에서 “공모는 특정한 형식을 요구하지 않으며, 범죄를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범행을 사전에 함께 모의하지 않았더라도, 순차적이거나 암묵적인 방식으로 공모 의사가 결합됐다면 공모관계가 인정된다”며 “일부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 전체에 대해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대법원은 “범행 도중 공모관계에서 벗어나려면 실행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여전히 공모관계가 유지된다”고 봤다. “피고인이 일부 범행만 관여하고 나머지 범행이 공범자에 의해 이어졌더라도, 전체 범죄에 대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캄보디아 스캠 조직의 범행 구조는 국내 보이스피싱과 유사하다. 피해자를 유인하는 ‘콜센터팀’, 돈을 세탁하는 ‘자금책’, 통장을 모집하는 ‘공급책’으로 분업화돼 있다. 현지에서는 이를 ‘지사’ ‘팀’ 단위로 나눠 관리한다.
법원은 “이 구조에서는 개별 가담자가 전체 범죄의 구체적 수법을 몰랐더라도,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도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단순 현금 수거책’이더라도 범죄단체 가입죄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단순 가담자보다 캄보디아까지 건너가 계좌를 관리하거나 자금세탁에 관여한 경우는 범죄 조직의 핵심 역할로 간주돼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현지 취업을 빌미로 한 범죄조직 유입이 늘고 있는 만큼, 출국 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용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조직 내 역할을 수행한 경우는 단순 고용이 아닌 조직적 협력관계로 보기 때문에 더 중하게 처벌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번역조나 콜센터 조는 피해자와 직접 접촉해 심리적 신뢰를 형성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범죄 실행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12·3 불법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정부 두 전직 장관의 구속 여부가 엇갈렸다.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후속 조치를 지시한 점은 두 장관 모두 같았지만, 한 장관은 구속 수감됐고 다른 한 장관은 구속을 피했다. 두 사람의 운명은 ‘위법성을 인식했는지 여부’에서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닮은 꼴’ 행적에도 구속 여부가 엇갈린 두 주인공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이들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의해 각각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 심사대에 섰는데 이 전 장관은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박 전 장관은 기각됐다.
법원이 엇갈린 판단을 한 기준은 ‘위법성 인식 여부’였다. 법원은 지난 15일 박 전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내용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통상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를 밝힐 때 ‘혐의 소명 정도’와 ‘도주·증거인멸 우려’에 관한 판단 정도만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었다.
형법 16조는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불법 행위를 했더라도 당시 정당한 이유로 위법하지 않다고 오인했다면 책임이 조각돼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의 경우 계엄 선포 직후 소방청에 내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그 자체로 위법이라는 점에서 위법성 인식은 영장 심사의 쟁점이 아니었다. 언론사 단전·단수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데다, 계엄 비판 여론을 통제하려는 조치였기 때문에 계엄을 정당화하려는 불법 행위라는 데 다툼의 여지가 적었다. 이 전 장관의 이 같은 조치 행위는 장관 업무 범위를 명백히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불법성이 짙기 때문에 위법성을 인식했을 것이라는 게 당연한 전제로 여겨졌다.
반면 박 전 장관이 계엄 후속 조치로 지시한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법무부 출국금지팀 실무자 대기, 수용공간 확보 등은 불법 행위나 장관 업무 밖 조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계엄이 합법적으로 선포됐다면, 장관으로서 취할 수 있는 후속 조치라고도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 측은 이 틈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방어 전략을 짰다. 영장심사에서는 ‘결과적으로 박 전 장관이 내린 지시들이 위법했더라도, 당시 국헌문란 목적의 불법 계엄인지 몰랐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계엄의 일반적 절차에 따른 통상적 업무를 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직후 검사 파견·출국금지·교정시설 수용 업무를 담당하는 간부들과 연이어 통화하며 후속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도 조사됐지만, 법원은 당시 군·경이 투입돼 국회가 통제되던 상황 등을 일절 몰랐다는 박 전 장관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형법 교과서에 등장하는 ‘위법성 인식’은 주로 본안 재판에서나 다퉈지는 쟁점이라, 박 전 장관 측 판사 출신 변호인들이 이례적 전략을 구사해 성과를 얻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검은 30년 넘게 법률가로 활동하고 법무부 수장이던 박 전 장관의 이력 등을 고려하면 그가 위법성을 몰랐을 수 없다고 본다. 대법원 판례는 위법성 인식에서 ‘오인의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때 위법 가능성에 대해 숙고할 계기와 지적 능력, 위법을 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 등을 따진다.
특검은 당시 윤 전 대통령 호출로 가장 먼저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한 박 전 장관이 포고령과 계엄 지시 서류로 의심되는 문건을 받은 정황 등도 주목하고 있다. 포고령에는 ‘국회의 일체 정치 활동을 금한다’ 등 내용이 담겼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법성을 인식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특검은 이 밖에도 ‘위법한지 몰랐다’는 박 전 장관 측 주장을 깨기 위한 결정적 근거를 보완하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위법성 인식을 입증할 수 있는 정황이나 증거를 수집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있다”며 “그런 부분을 부각할 수 있도록 보강을 거친 뒤 조만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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