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는 위험하다는 우파와 종교의 환상 …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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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9-05 17:14 조회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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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정체성을 국가나 사회가 규정하고 고정화하려는 시도는 트럼프의 미국이라는 일부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성별과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이 일부 종교계와 보수단체 등의 반발로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는 것조차 힘들다.
[플랫]주디스 버틀러 “임신중지 반대는 가부장적 가족행태 강화”
책은 트럼프를 포함해 ‘젠더’라는 개념을 거부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왜 이런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지 살핀다. 저자는 1990년 <젠더 트러블>을 통해 ‘성별은 곧 젠더이고, 젠더는 어떤 사람이 행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다’는 수행성 이론을 정립한 퀴어 이론과 젠더 연구의 권위자 주디스 버틀러다.
책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2017년 학회 참석차 방문한 브라질에서 그는 자신을 상징하는 인형을 만들어 불태우고 팻말 시위를 벌이는 성난 군중을 목격한다. 시위대는 버틀러가 소아성애와 근친상간을 옹호한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 일부 사람들에게 젠더는 기존의 체계를 위협하는 이데올로기가 돼 있었다. 버틀러는 이 현장을 목격하고 이번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반젠더 이데올로기의 중심엔 바티칸이 있다고 봤다. 그는 “젠더가 위험한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은 1990년대 로마가톨릭교회 가정평의회가 ‘젠더’는 가족과 성서의 권위에 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하면서부터 등장했다”며 동성애에 대해 개방적인 접근을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도 “우리는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이 절멸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성 구분을 벗어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바티칸과 우파 복음주의 교회라는 종교 집단의 반젠더 운동에 정치권도 호응한다. 트럼프를 포함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보수 정치인들이 젠더를 기존 사회 체계를 위협하는 사상으로 비난했다. 버틀러는 이런 낙인을 ‘젠더 판타즘’이라고 말한다. 판타즘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나 상상 속에서 실제처럼 작동해 심리적·정서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특정한 이미지다. 저자는 젠더 “판타즘의 장면”에는 “용어에 대한 합의”도 “비판적 사유”도 없다고 말한다. 오직 젠더가 전통적 가족을 해체하고 아이들을 나쁘게 물들인다는 “두려움”뿐이다. 한 집단을 사회적 공포와 혐오를 유발하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난민, 이민자 등 국가의 이익을 위협하는 소수자에 대한 배제의 정서와도 상통한다.
우익 종교 집단과 정치권의 논리에 래디컬 페미니스트 일부도 함께 복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가 트랜스 여성의 여성 스포츠 경기 참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호응하기도 했다. 저자는 생물학적 성별 구분을 고집하는 ‘트랜스 배제적 래디컬 페미니스트(터프, TERF)’가 “트랜스인 사람들의 삶이 실재임을 부정하면서 젠더 범주, 특히 여성이라는 범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성별 지정은 하나의 시점에 고정된 행위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될 수도 있고 반복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사회적 역사”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페미니즘은 언제나 정의를 위한 투쟁이었고, 가장 이상적인 페미니즘이야말로 연대를 형성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서 벌어지는 바로 그러한 정의 투쟁이다. 트랜스 배제적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 아니다. 아니, 페미니즘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플랫]비상계엄 경험한 주디스 버틀러의 초현실적 한국 방문기
반젠더 이데올로기의 전 지구적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 한국도 짧게 등장한다. “대한민국의 전 대통령 윤석열이 말했듯이, 여성들은 예속 상태에서 결코 불만이 없었고, 그가 보기에 폭력, 괴롭힘, 임금 불평등에 대한 오늘날 여성들의 불만은 ‘외부’와 ‘다른 어딘가’에서 유래한 발상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이로써 급성장하는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은 무효가 된다. 예측대로 그는 당선 후에 정부 산하 여성가족부의 해체를 추진했다.”
▼ 고희진 기자 gojin@khan.kr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저축은행업계와 만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저축은행이 믿고 거래할만한 모습인지 떠올려 본다면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보험업에 이어 저축은행업계와 처음 마주한 자리에서도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건전성 악화의 원인이 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고려보다 단기수익성에만 치중한 결과”라며 “앞으로는 상품 설계, 기획, 판매, 사후관리 전 과정을 소비자 관점으로 꼼꼼하게 따져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신속한 건전성 회복은 저축은행이 금융소비자의 신뢰받는 거래 상대방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라며 “업계 숙원사항인 영업 구역 규제 완화 등 논의도 건전성 우려가 불식되면 탄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실정리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자본 확충과 손실흡수능력 확보를 주문했다.
저축은행이 ‘지역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 원장은 “부동산 경기에 편승한 고위험 여신 운용을 지양하고 지역 내 서민, 중··저신용자,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공급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보이스 피싱, 불법 계좌개설 등 금융 범죄와 사고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1금융권 내부통제가 강화될수록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달부터 예금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저축은행 거래액이 커져 금융 사고 발생 시 고객 피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금융권 각 업권별로 간담회를 열고 있는 이 원장은 소비자보호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이날부터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TF(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TF에는 소비자보호부서뿐 아니라 금융상품 심사와 책무구조도 등을 담당하는 각 업권 감독국 등이 함께 참여한다.
TF는 불완전한 금융상품 판매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오는 11월까지 금융사 내부통제, 금융상품 심사, 판매 규제 및 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청각장애인을 환자의 보호자로 등록하기를 거부한 경남의 한 병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행위로 판단하고 ‘청각장애인 응대 지침을 만들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4일 “지난달 6일 경남 A병원의 병원장에게 청각장애인 환자, 보호자 응대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 직원들에게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청각장애인 B씨는 오전 3시쯤 아내와 함께 A병원 응급실에 갔다. 병원 원무과 직원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보호자가 있어야 입원할 수 있다”며 B씨의 보호자 등록 요청을 거부했다. A병원 측은 한 시간쯤 뒤 B씨의 딸을 병원으로 불러 보호자로 등록하도록 했다.
B씨는 “병원이 청각장애인을 차별한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병원 측은 “필담으로 소통했으나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진정인의 딸에게 연락하겠다고 알린 뒤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A병원이 B씨의 청각 장애를 이유로 가족에 대한 병간호 과정을 함께 할 수 없도록 생활상의 배제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B씨가 아내의 배우자 자격으로 병원에 갔지만 보호자로서 병동 생활에 함께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른 새벽에 딸을 병원에 오게 해 보호자로 등록시켜야 할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봤다.
인권위는 ‘필담’으로 즉각적 의사소통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불편함이 있다고 해서 진정인의 의사소통 능력을 완전히 부인하면 안 된다고 봤다.
인권위는 “진정인을 보호자로 등록하는 것을 제한한 A병원의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정당한 사유 없는 제한에 해당하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통정·가장·이상 매매 횟수를 기존에 판단한 것보다 적은 횟수로 일부 조정했다. 김 여사와 무관할 수 있는 매매주문은 처음부터 덜어내는 게 재판 진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인해 얻은 부당이득액은 8억1000여만원으로 변하지 않았다.
3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김 여사의 공소장을 보면,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일당과 공모해 2010년 10월21일부터 2012년 12월5일까지 시세조종을 목적으로 통정매매 96회, 가장매매 5회 등 총 62만5093주를 통정·가장매매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시한 통정매매 118회, 가장매매 12회보다 소폭 줄인 수치다.
특검은 같은 기간 고가매수주문 1411회, 물량소진주문 1111회, 허수매수주문 291회, 시·종가관여주문 204회 등 합계 3017회의 이상매매주문을 냈다고도 공소장에 적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적시한 이상매매주문 3702회보다는 적은 횟수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김 여사는 주가조작 주·공범들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해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를 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통정·가장·이상 매매 횟수가 기존보다 다소 준 것은 특검이 김 여사와 관련된 매매주문만 걸러내 공소장에 적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도이치모터스 주범·공범들 외에 이들과 관련한 제3자가 관여한 거래까지 다 포함했는데, 공소제기를 하면서 덜어냈다. 김 여사와 무관할 수 있는 매수주문을 미리 덜어내는 게 공소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판단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일부 조정에도 김 여사의 부정한 시세조종 거래 전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부당이득액은 기존과 동일하게 ‘8억1144만3596원’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를 관리하는 블랙펄인베스트가 시세조종에 따라 40%에 이르는 고율의 수익금을 받기로 약속하고, 손실보전금 4700만원을 받은 사실 등을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정황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김 여사는 단순히 ‘전주’가 아닌 주가조작범들과 ‘공모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특검은 1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10월21일 이전)에 이뤄진 부정한 시세조정에 대해선 다른 주가조작범들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넘겼다고 보고 김 여사를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아직 인사청문회가 남았지만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 중에서 가장 잘된 인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돋보이는 점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원 후보자의 지지 입장과 여성에 대한 폭력(gender based violence)과 관련한 활동 이력이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것은 반(反)성매매 운동 참여다. 원 후보자는 성산업 종사 여성들을 지원하는 여성운동 단체인 사단법인 막달레나공동체 이사(2006~2020)와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 모니터링위원회 위원(2015~2017),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보다상담소 운영위원장(2018~2023)을 지냈다.
가정폭력(아내에 대한 폭력)과 성매매는 가부장제의 기반, 모형(母型)이다. 그만큼 역사가 깊으며 피해가 광범위하고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다. 그중 성매매는 ‘음지’의 문제로 여겨지는 데다 활동가나 연구자 등 전문가들도 다른 여성 폭력 분야에 비해 매우 적다. 적은 인원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당사자, 활동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노동이냐 폭력이냐” 등의 논쟁적인 이슈가 많다.
지금은 여러 번의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2004년 처음으로 제정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일명 성매매방지법)은 오랜 세월 동안 여성운동가들이 헌신한 결과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법은 당시 미국 국무부가 한국을 국제 성매매의 중간 기착지로 판단하고 여성 인권 후진국으로 지정한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가 ‘국가 망신’을 피하기 위해 제정을 서둘렀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은 ‘성매매 천국’으로, 사회 곳곳에 성매매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성매매 경제 규모는 매년 약 7조원에서 24조원까지로 추정된다.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오히려 규모는 증가하고 업태는 다양해지고 있으며 사회적 대책은 미비하다.
심지어 아직도 성매매가 불법인 줄 모르고 ‘여성의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성매수 남성들이 경찰에 성산업 종사 여성을 신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수를 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일부(?) 남성들의 성폭력에 대한 무개념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자조(自助)’ 커뮤니티를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성폭력 요령과 법망을 피하는 법을 공유하거나(김보화, <시장으로 간 성폭력>), 성매수 경험을 나누는 남성들의 온라인에서의 무용담(황유나, <남자들의 방-남자 되기, 유흥업소, 아가씨 노동>) 사이트가 붐빌 정도로 심각하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기는커녕 불법인지 아닌지조차 모르거나, 불법인 사회에 불만이 많은 남성 문화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성산업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주의 정치경제학자 김주희의 저서 <레이디 크레딧-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성산업 종사 여성들의 부채 문제를 통해 ‘업소-금융권’ 카르텔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착취 시스템을 추적한 역작이다. 흥미와 논쟁이 쟁쟁한 이 책은 여러 가지 통찰이 빛나지만 나는 특히 성매수 남성들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사회는 성산업 문제를 판매(되는) 여성의 문제, ‘여성 문제(women’s problem)’로 여기고 이에 집중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만들어 낸다고 할 때, 진짜 문제는 성을 사고 또 살 수 있다고 믿는 남성 문화다.
‘텐프로’와 중소 업소
이 책에서 일본의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매춘의 가격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분석을 내놓는다. 성매매에서 오가는 돈은 남성이 여성에게 지불하므로 마치 남자가 여자에게 매기는 가격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남성 스스로가 자신의 성욕에 높은 가격을 매기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들은 부가가치가 있는 여성에게만 욕정을 느낌(그렇다고 자신에게 암시함)으로써 자신의 성욕이 평범한 남성의 성욕과 다르다는 -더 고급이라는- 것을 자신과 다른 남성에게 증명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참고한다면 ‘텐프로’ 업소를 통해 ‘고급’으로 인정받는 것은, 결국 여성 접대부가 아니라 그곳을 이용하는 남성 고객이다(이른바 ‘텐프로’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유흥업소 종사자 중에서 외모가 ‘상위 10%’에 속하는 여성이라는 의미도 있고, 업소나 마담이 여성의 봉사료에서 10%를 가져가기 때문에 ‘텐프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텐프로 업소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업소도 있기 마련이다. 텐프로가 아닌 업소는 가격이 저렴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나이가 많은 여성, 체격이 아주 큰 여성 혹은 아주 마른 여성, 트랜스젠더 여성, 장애 여성 등 성산업에서 만나기 어려운 여성들이 일하는 소위 하드코어 업소로 분류되는 곳을 주로 찾는 남성들이 있다. 이들의 욕구는 분명하다. 화끈하고 색다르게 놀기 위해서다.
이 같은 ‘중·하급’ 업소에서는 쉽게 수용되기 힘든 남성 손님의 성적 판타지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업소의 역할은 공고하다. 성매매 업소의 서열화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여성의 외모가 아니라 남성의 다양한 욕구에 따라 정해진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최근 경향신문 온라인판 보도에 따르면,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명분으로 성매매 업소를 찾아 라이브 방송으로 여성들을 생중계한 유튜버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6일 청주지법 형사1단독 남동희 부장판사는 주거수색·감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는데, 이는 너무나 적은 형량이다. 가해 용의자는 성매매 흔적을 찾겠다며 업소 내부를 마음대로 수색하거나 촬영을 피해 밖으로 나가려는 여성들을 몸으로 막아선 혐의도 있다. 더구나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후원금을 받았다. 이런 범죄가 왜, 어떻게 가능할까.
매매가 아니라 성별이 근본 문제
2004년 처음 성매매방지법 시행 당시 여성가족부는 거리 곳곳에 “성매매는 범죄입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게시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성매매의 핵심은 매매에 있다기보다는 성별에 있다. 성매매는 비대칭적이다. 여성이 남성의 성을 사는 경우는 그 반대의 경우에 비해 극히 미미하며 조직화,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많은 남성이 성구매 경험이 있지만, 모든 여성이 남성의 성을 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에 대한 낙인은 남성이 아니라 전체 여성들에게 가해지며, 여성들을 분류하는 도구가 된다.
성산업은 가장 성별 분업화된 직군이자 젠더 폭력의 원형이 되는 제도이다. 성매매 제도가 있어야만 성폭력이 줄어든다는 통념은 현실과 반대이다.
이러한 논리는 남성의 성욕은 억제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어느 사회든 성매매가 활발할수록 성폭력도 늘어난다. 일본의 공창제가 전시 군 위안부 제도의 원형이 되었던 역사적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전시든 평시든 남성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남성 비하이기도 하다.
특정 성별의 사람들이 다른 성별의 성을 구매(소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성차별이다. 남성은 몸이나 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존재로 여겨지지만 여성은 성매매 제도로 인해 생물학적, 성적인 존재로 환원된다. 이러한 구조는 ‘여성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논의와 무관하다. 여성의 ‘선택’은 구조에 대한 개인적 대응일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여성가족부 규모는 너무 작다. 초미니 부처다. 2023년 기준, 부처별 공무원 평균 인원은 약 5800명인데 여가부는 겨우 300여명이고, 예산은 정부 전체의 0.27%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제까지 정부 부처로서 여가부에 대한 논쟁은 여성이 먼저냐, 가족이 먼저냐, 청소년이 먼저냐 등을 놓고 공허한 논의를 되풀이해왔다. 이러한 공전(空轉)을 넘어서 구체적인 사회 문제로서 젠더 현상에 집중해야 한다.
1998년 발족한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 이후 지금까지 성매매 현장을 알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여성가족부 수장은 -내가 아는 한- 없다. 성매매는 여성주의에서도 논란이 많고 생소한 문제다. 새로운 정부, 새로운 장관으로부터 성매매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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