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상위노출 [남지원의 다른 시선들]마른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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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9-20 01:36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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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상위노출 몇달간 가공식품만 먹고 지내던 시기가 있었다.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의 열량과 영양성분을 측정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기록하던 때였다. 멸균 포장된 현미곤약밥, 플라스틱 통 샐러드, 무가당 두유 같은 공장에서 나온 식품들은 칼로리를 계산하기가 손쉬웠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는 원재료를 전자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쟀다.
그렇게 기록한 열량이 하루 1300㎉를 넘기면 밤마다 혼자서 자책했다. 정상체중보다 고작 몇 ㎏ 더 나가는 몸을, 앉으면 접히는 뱃살과 틈 없이 맞닿는 허벅지를 스스로 혐오했다. 한밤중에 배가 고파오면 옷장에서 옷을 마구잡이로 꺼내 입어봤다. 물배라도 채우고 싶었지만 물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공복 몸무게가 늘어날까봐 그조차 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아침마다 체중계에 올라 전날보다 소수점 단위로 줄어든 몸무게를 확인해야 비로소 안심이 됐다.
그렇게 몇달을 지내자 주변 사람들이 칭찬했다.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너무 예쁘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그냥 적당히 먹고 운동했다고 대답하곤 했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최근 독자와 기자가 함께 콘텐츠를 발굴하는 ‘입주자 프로젝트’의 주제로 ‘섭식장애’를 골랐다. 섭식장애는 정신적 문제로 먹는 행위를 통제하기 어렵게 되는 질병이다. 단순히 마르고 싶은 여자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여겨지곤 하지만, 사실은 정신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축에 들 정도로 위험하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열 배가량 많을 정도로 젠더화된 병이기도 하다.
다양한 경로로 케이스를 수집하며 이런 경험이 너무나도 보편적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남들과 출장용접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덜 먹고 혼자 있을 때 폭식과 구토를 반복한다든지, 특정한 체중에 집착하다 영양실조에 이르렀다든지… 섭식장애까지는 아니지만 체중과 체형에 대한 집착을 포함한 ‘이상섭식’을 겪는 여성들은 너무 많다. 아니 많을 수밖에 없다. 미디어에는 끊임없이 깡마른 여성의 몸이 전시되고 옷가게에는 마른 몸이 아니고서는 입을 수가 없는 ‘프리사이즈’ 옷이 널려 있다.
날씬한 몸매와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갖추도록 요구하는 사회적 통제 속에서 여성들은 보편적으로 자기 신체에 대한 수치심을 느끼며 이상섭식을 겪는다. 하지만 섭식장애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은 너무 빈약하다. 섭식장애를 겪는 여성들은 흔히 ‘외모에만 집착하는 멍청한 여자애’라는 비난을 받는다. 거식증 경험을 기반으로 한 책 <삼키기 연습>을 썼고, 플랫에 섭식장애 프로젝트를 제안한 박지니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이 수십년간 섭식장애에 대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배경에는 가부장적, 여성혐오 문화가 있다. 섭식장애를 겪는 젊은 여성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이 분다. BMI 30 이상 환자에게만 처방이 허가돼 있지만 ‘위고비 성지’라고 불리는 일부 병원은 신체 계측도, 문진도 없이 위고비를 처방한다고 한다. 정상체중인 사람이 위고비를 사용하면 부작용을 겪을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비만율은 45.6%, 여성은 27.8%인데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처방 환자 중에서는 71.5%가 여성이다. 게다가 정상체중 여성은 정상체중 남성에 비해 마른 몸을 만들기 위해 위고비를 처방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여성에 편중된 위험도 점점 커질 것이다. 그런데도 젠더화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패션 브랜드들이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쓰는 것을 금지한다. 최근 모델이 너무 말랐다는 이유로 영국에서 퇴출됐다는 한 브랜드의 광고 사진을 보면서, 그보다 더 마른 것 같은 K팝 여성 아이돌들을 떠올렸다. 거식증을 다룬 연극 <마른 여자들> 연습실 한쪽의 화이트보드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고 한다. 절대로 마르지 마시오. 이 연극을 연출한 박주영 연출가는 몸무게 30㎏대 거식증 환자를 연기하는 배우의 몸에 관객이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원칙을 정했다고 했다. 우리도 그 연습실처럼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세계 축구 최고 개인 영예인 발롱도르 시상식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23일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열릴 이번 시상식은 파리 생제르맹(PSG)의 우스만 뎀벨레(28·프랑스)와 바르셀로나의 라민 야말(18·스페인), 그리고 PSG 미드필더 비티냐(25·포르투갈)가 유력 후보로 꼽히며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뎀벨레다.
지난 시즌 루이스 엔리케 감독 지휘 아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바꾼 그는 압도적인 드리블과 결정력으로 PSG의 트레블(리그·프랑스컵·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는 내가 줄 수 있다면 트로피를 직접 집으로 가져다주고 싶다고 평가하며 뎀벨레의 수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개인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야말이 더 눈에 띈다는 평가도 있다.
야말은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30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시즌 내내 빛을 발했다. 특히 인터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보여준 드리블과 득점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클래식 더비에서의 골, 스페인 대표팀에서 기록한 3도움 등 ‘큰 무대에 강한 신예’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비티냐도 빼놓을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뎀벨레와 함께 맹활약하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미드필드 깊은 위치에서 창의적인 패스와 폭발적인 전진 드리블을 동시에 보여주며 ‘보이지 않는 MVP’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바르셀로나의 하피냐, 리버풀의 무함마드 살라흐, PSG의 아크라프 하키미, 첼시의 콜 파머, 레알 마드리드의 음바페, PSG의 파비안 루이스, 나폴리의 스콧 맥토미니 등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다. 발롱도르는 오랫동안 ‘개인 활약’과 ‘팀 성과’ 중 어느 쪽을 더 중시해야 하는지 논란이 이어져 왔다. 지난 시즌 PSG가 트레블을 차지해 뎀벨레와 비티냐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지만, 세계 축구 팬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긴 야말의 폭발적 재능이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기록한 열량이 하루 1300㎉를 넘기면 밤마다 혼자서 자책했다. 정상체중보다 고작 몇 ㎏ 더 나가는 몸을, 앉으면 접히는 뱃살과 틈 없이 맞닿는 허벅지를 스스로 혐오했다. 한밤중에 배가 고파오면 옷장에서 옷을 마구잡이로 꺼내 입어봤다. 물배라도 채우고 싶었지만 물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공복 몸무게가 늘어날까봐 그조차 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아침마다 체중계에 올라 전날보다 소수점 단위로 줄어든 몸무게를 확인해야 비로소 안심이 됐다.
그렇게 몇달을 지내자 주변 사람들이 칭찬했다.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너무 예쁘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그냥 적당히 먹고 운동했다고 대답하곤 했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최근 독자와 기자가 함께 콘텐츠를 발굴하는 ‘입주자 프로젝트’의 주제로 ‘섭식장애’를 골랐다. 섭식장애는 정신적 문제로 먹는 행위를 통제하기 어렵게 되는 질병이다. 단순히 마르고 싶은 여자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여겨지곤 하지만, 사실은 정신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축에 들 정도로 위험하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열 배가량 많을 정도로 젠더화된 병이기도 하다.
다양한 경로로 케이스를 수집하며 이런 경험이 너무나도 보편적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남들과 출장용접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덜 먹고 혼자 있을 때 폭식과 구토를 반복한다든지, 특정한 체중에 집착하다 영양실조에 이르렀다든지… 섭식장애까지는 아니지만 체중과 체형에 대한 집착을 포함한 ‘이상섭식’을 겪는 여성들은 너무 많다. 아니 많을 수밖에 없다. 미디어에는 끊임없이 깡마른 여성의 몸이 전시되고 옷가게에는 마른 몸이 아니고서는 입을 수가 없는 ‘프리사이즈’ 옷이 널려 있다.
날씬한 몸매와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갖추도록 요구하는 사회적 통제 속에서 여성들은 보편적으로 자기 신체에 대한 수치심을 느끼며 이상섭식을 겪는다. 하지만 섭식장애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은 너무 빈약하다. 섭식장애를 겪는 여성들은 흔히 ‘외모에만 집착하는 멍청한 여자애’라는 비난을 받는다. 거식증 경험을 기반으로 한 책 <삼키기 연습>을 썼고, 플랫에 섭식장애 프로젝트를 제안한 박지니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이 수십년간 섭식장애에 대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배경에는 가부장적, 여성혐오 문화가 있다. 섭식장애를 겪는 젊은 여성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이 분다. BMI 30 이상 환자에게만 처방이 허가돼 있지만 ‘위고비 성지’라고 불리는 일부 병원은 신체 계측도, 문진도 없이 위고비를 처방한다고 한다. 정상체중인 사람이 위고비를 사용하면 부작용을 겪을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비만율은 45.6%, 여성은 27.8%인데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처방 환자 중에서는 71.5%가 여성이다. 게다가 정상체중 여성은 정상체중 남성에 비해 마른 몸을 만들기 위해 위고비를 처방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여성에 편중된 위험도 점점 커질 것이다. 그런데도 젠더화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패션 브랜드들이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쓰는 것을 금지한다. 최근 모델이 너무 말랐다는 이유로 영국에서 퇴출됐다는 한 브랜드의 광고 사진을 보면서, 그보다 더 마른 것 같은 K팝 여성 아이돌들을 떠올렸다. 거식증을 다룬 연극 <마른 여자들> 연습실 한쪽의 화이트보드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고 한다. 절대로 마르지 마시오. 이 연극을 연출한 박주영 연출가는 몸무게 30㎏대 거식증 환자를 연기하는 배우의 몸에 관객이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원칙을 정했다고 했다. 우리도 그 연습실처럼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세계 축구 최고 개인 영예인 발롱도르 시상식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23일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열릴 이번 시상식은 파리 생제르맹(PSG)의 우스만 뎀벨레(28·프랑스)와 바르셀로나의 라민 야말(18·스페인), 그리고 PSG 미드필더 비티냐(25·포르투갈)가 유력 후보로 꼽히며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뎀벨레다.
지난 시즌 루이스 엔리케 감독 지휘 아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바꾼 그는 압도적인 드리블과 결정력으로 PSG의 트레블(리그·프랑스컵·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는 내가 줄 수 있다면 트로피를 직접 집으로 가져다주고 싶다고 평가하며 뎀벨레의 수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개인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야말이 더 눈에 띈다는 평가도 있다.
야말은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30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시즌 내내 빛을 발했다. 특히 인터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보여준 드리블과 득점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클래식 더비에서의 골, 스페인 대표팀에서 기록한 3도움 등 ‘큰 무대에 강한 신예’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졌다.
비티냐도 빼놓을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뎀벨레와 함께 맹활약하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미드필드 깊은 위치에서 창의적인 패스와 폭발적인 전진 드리블을 동시에 보여주며 ‘보이지 않는 MVP’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바르셀로나의 하피냐, 리버풀의 무함마드 살라흐, PSG의 아크라프 하키미, 첼시의 콜 파머, 레알 마드리드의 음바페, PSG의 파비안 루이스, 나폴리의 스콧 맥토미니 등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됐다. 발롱도르는 오랫동안 ‘개인 활약’과 ‘팀 성과’ 중 어느 쪽을 더 중시해야 하는지 논란이 이어져 왔다. 지난 시즌 PSG가 트레블을 차지해 뎀벨레와 비티냐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지만, 세계 축구 팬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긴 야말의 폭발적 재능이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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