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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모바일게임순위 한국 최초의 ‘솔 가수’ 박인수 별세 …신중현의 ‘봄비’ 대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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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8-22 07:13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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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모바일게임순위 ‘한국 최초의 솔(Soul) 가수’ 박인수가 18일 폐렴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1947년 평북 길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전쟁 중 어머니와 피란길에 올랐다가 고아가 됐다. 미국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12세 때 입양된 후 뉴욕 할렘가를 전전하다 1960년대 귀국했다. 뉴욕 할렘가에서 접한 흑인 음악이 그의 음악세계의 뿌리였다. 특히 쥐어짜는 듯한 독특한 창법을 앞세워 미8군 클럽에서 인기를 끌었고, 그룹 퀘션스의 객원 보컬로 참여하면서 신중현 사단에 합류했다.
대표곡은 1970년 신중현이 작사·작곡한 ‘봄비’다. 신중현 밴드 덩키스의 메인보컬 이정화가 1967년 먼저 발표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노래는 박인수의 목소리를 통해 생명력을 얻었다. ‘봄비’는 김추자·인순이·하현우 등 여러 가수가 최근까지 리메이크했을 정도로, 시대를 초월한 명곡이 됐다.
‘나팔바지’ ‘꽃과 나비’ ‘펑크 브로드웨이’ 등도 그의 히트곡이다. 특히 ‘당신은 별을 보고 울어보셨나요’는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노래로 화제를 모았고, 노래가 인기를 끌며 1983년 어머니와 극적으로 재회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준비된 만남>에 이르기까지 음반 20여장을 발표했다.
고인은 1970년대 중반 대마초 파동에 휘말리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저혈당과 파킨슨병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다. 2002년에는 췌장암 수술을 받았고, 단기기억상실증을 앓았다. 동료 가수들이 그의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해 그해 7월 ‘리멤버 박인수’ 공연도 열었다.
고인은 2012년 4월 KBS <인간극장>을 통해 근황과 투병 사실이 알려져 재조명받았다. 1970년대 이혼했던 아내 곽복화씨와 37년 만에 재결합한 사실도 화제를 모았다. 이후 건강이 회복돼 2012년 6월 서울 마포구 재즈클럽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무대에도 올랐다. 그는 당시 “이곳 무대까지 오는 게 다소 힘들었지만, 무대에만 서면 저절로 힘이 난다”고 말했다.
고인은 그러나 최근 몇년간 알츠하이머를 앓는 등 건강이 악화하면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투병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유족으로는 아내와 아들이 있다. 발인은 20일 오전 6시다.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2분기 술집 매출이 1년 전보다 1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 중 49만곳이 폐업했고, 이들의 빚은 평균 6304만원으로 조사됐다.
18일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5년 2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매출 평균은 약 4507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보다 7.9% 늘었지만,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보다는 0.8% 줄었다.
업종별로 보면, 외식업은 대부분 업종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술집이었다.
술집은 1년 전보다 매출이 9.2% 줄어들었다. 분식(-3.7%), 아시아음식(-3.6%), 패스트푸드(-3.0%), 카페(-2.4%) 등도 매출이 줄었다. 서비스업에서는 노래방, 피시방, 스포츠시설 등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업종(-8.3%)이 많이 부진했고, 숙박·여행서비스업 매출도 3.2% 감소했다.
2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은 모두 360만개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86.3%(310만8000개)는 정상 영업 중이지만, 13.7%(49만2000개)는 폐업(국세청 신고 기준) 상태였다. 폐업한 사업장의 평균 연체액은 673만원, 평균 대출 잔액은 6304만원이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72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약 708조원에서 1년 새 16조원가량 불어났다.
금융권별 비중은 은행 대출이 432조8000억원으로 59.8%,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이 290조7000억원으로 40.2%를 차지했다.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원리금 규모는 총 13조4000억원으로, 1년 전(10조1000억원)보다 3조3000억원 늘었다.
KCD 측은 3분기에는 새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의 효과가 반영되며 일부 업종에 회복 조짐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KCD는 보고서 작성을 위해 개인사업자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 가입 사업장 16만개를 표본조사하고, 소상공인 실태조사 등의 비중을 적용해 전체 개인사업자 현황을 추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16주기를 맞아 “격동하는 위기의 시대, 거인 김대중의 삶에서 답을 찾겠다”며 추모했다. 여야 수장들은 각자 추도사에서 ‘김대중 정신’을 인용하며 날 선 비판을 주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16주기 추모식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혹독한 시련 속에 피어난 인동초이자 대한민국의 과거와 오늘, 미래를 지켜낸 한 그루 거목”이라고 밝혔다. 또 “그로 인해 멈췄던 민주주의가 다시 숨을 쉬고,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이 통합과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누구보다 국민의 저력을 믿었던 위대한 민주주의자, 오직 국익과 민생을 우선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실용주의자”라면서 “대통령께서 앞장서 열어주신 그 길 따라서 멈추지 않고 직진하겠다”고 말했다.
여야의 얼어붙은 분위기는 추도사에서도 드러났다. 국민의힘이 특별검사팀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황을 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란 척결”을,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치 보복”을 언급하며 충돌했다.
정 대표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때마다 당신이 떠오른다. 김대중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며 “오늘 당신이었다면 ‘진정한 용서는 완전한 내란 세력 척결과 같은 말’이라고 말하셨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당신은 떠나셨지만 당신의 정신은 앞으로도 계속 이 땅의 민주주의를 키워낼 것”이라고 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후보 시절에 했던 ‘정치 보복은 없다’는 약속을 재임 중에도 지키셨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 여당이 야당을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말살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현실, (특검이) 야당의 당사를 침입해 당원 명부를 탈취하는 현실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의 포용과 관용의 정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추모위원장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주권 의식과 실천을 강조한 김대중 대통령 말씀처럼 지난겨울 광장에 나와 헌정 질서를 지켜낸 모든 국민이 ‘행동하는 양심’이자 진정한 영웅”이라며 “다시는 민주주의가 역행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기틀을 단단히 세우고 국민 삶을 향상하는 정치로 민주주의를 증명하겠다”고 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자신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공개한 것을 “심각한 수사 방해 행위”로 보고 입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이달 초 특검 조사에서 받은 질문과 자신의 진술 내용을 지난 18일 블로그 등을 통해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정 특검보는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조사 내용을 그대로 녹음해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곳에 전문을 공개하는 행위는 명백한 수사방해 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특검팀은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을 지난 18일에 이어 두 번째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유 전 관리관은 2023년 7월 박정훈 대령이 이끌던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초동조사기록을 넘길 때 ‘혐의자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로 외압을 행사하고, 이후 경찰로 넘어간 기록을 다시 회수하는데도 직접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질 당시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등 주요 사건 관계인들과 여러 차례 통화를 주고받았다.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도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5번째 조사를 받는다. 특검팀은 김 단장이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항명죄 입건을 주도하고, 채 상병 순직사건 후속조치 등 전 과정에 깊게 개입돼 있다고 판단한다.
특검은 오는 20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 의혹과 관련해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포렌식 선별 작업을 진행한다. 정 특검보는 “이 전 장관은 (지난해) 특임공관장으로 주호주대사에 임명됐고, 외교부는 이 과정에서 공관장자격심사를 비롯해 대사 임명 과정에 대한 실무를 모두 담당한 부처”라며 “조 전 장관은 당시 외교부 수장으로서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피의자로 고발돼 있다”고 말했다.
최근 특검팀은 이 전 장관 임명 당시 공관장 자격심사 등에 참여한 외교부 실무진 대부분을 조사했다. 특검은 이들을 불러 조사하면서 당시 자격 심사가 대면회의 없이 서면으로만 서둘러 진행됐고, 이미 ‘적격’이라고 적힌 서류에 위원들이 형식적으로 서명만 하게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1990년대 등장한 은희경, 전경린, 신경숙 등 여성 작가들의 글쓰기는 사적 개인의 발견, 일상과 여성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시작된 1980년대는 광장에서의 시민권을 위한 투쟁의 과정이었고, 여성 작가들의 글쓰기 역시 운동으로서의 글쓰기가 중심이 됐다. 1987년 체제 이후 우리 사회는 급속한 민주화를 경험했고, 일상과 개인적 자아를 발견하는 새로운 시기에 돌입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작가가 은희경이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이중주’가 당선해 등단한 이후 은희경이 발표한 첫 번째 장편이 <새의 선물>(문학동네, 1995)이다.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인공 강진희의 도발적인 진술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여성성장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오정희의 주인공 소녀(‘중국인 거리’, 1979)가 비체(주변화된 집단)가 돼야 하는 여성의 운명을 직감하고 성장을 거부하는 반성장을 보여주었다면, 페미니즘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여성성장서사는 다양하게 전개된다. 은희경의 주인공 진희는 스스로 조숙함을 선언하고 조기 성장을 해버리고, 전경린의 인물들은 미나리 같은 남성적 기대를 담은 소녀의 이름에서 탈주한다. 신경숙은 자신의 여공 생활을 기억하며 지금은 부재하는 희재 언니 이야기를 통해 글쓰기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금씩 다른 경험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가부장제하에서 성장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주체의 곤경을 다룬다는 점이다. 1980년대 민족민중문학에서 비가시화된 여성적 경험과 목소리가 서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플랫]‘63살 은희경’은 ‘27년 전 은희경’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그중에서도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세상이 자신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음을 깨닫고 열두 살에 조기 성장을 선언하는 냉소적 주체로 여성의 성장 불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읽어내면 이 작품이 아주 차갑고 어두운 작품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작품의 미덕은 외할머니의 집에서 주인공이 훔쳐보는 세상의 디테일함에 있다. 어린아이라는 비껴선 위치 덕에 진희는 어른의 세계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그 때문에 이 소설은 1960년대의 풍속을 재현하는 세태소설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자신은 스스로를 이지적인 어른아이라고 자부하지만 아이의 시선이 주는 미숙함이 웃음을 짓게 하고, 지나간 시대의 풍경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 작품은 읽는 내내 따뜻함과 행복의 냄새를 풍긴다. 물론 그 잠시의 따뜻함도 1970년대와 함께 사라지지만 말이다.
주인공 강진희는 지방 소읍에서 할머니와 삼촌, 이모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우울증으로 자살하고 아버지는 떠나버렸다. 외갓집에서 성장한 진희는 열두 살, 5학년이 됐다. 태생적인 결핍과 불길함이 그의 운명에 주어졌지만 할머니의 세계는 안전하고 풍요롭다. 할머니의 집은 살림집 두 채와 가겟집 한 채까지 다 합쳐서 세 채의 집으로 돼 있다. 우물을 중심으로 살림집은 장군이네가 세 들어 살고 있고, 한 방에는 최 선생님과 이 선생님이 하숙을 한다. 가겟집은 네 칸 모두 세를 주었는데 뉴스타일양장점과 광진테라양복점, 우리미장원과 문화사진관이 들어 있다. 이 집 구성원들의 비밀을 알고 있는 나는 그로 인해 어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다. 광진테라 아저씨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했고, 차부에서 우두커니 버스를 떠나보내는 광진테라 아줌마의 슬픔도 알게 된다. 이모를 바라보는 최 선생님의 응큼한 시선도, 삼촌을 유혹하려는 양장점 미스 리의 은밀한 교태도 모두 진희의 시선에 포착된다. 언제나 실험대상으로 만만히 여기는 장군이를 변소에 빠뜨려 똥장군이라는 별명을 듣게 하는 악동 같은 면모도 있다. 그런 나의 최대 관찰대상은 이모다. 나는 이모와 군인 이형렬의 펜팔 연애의 배달부이며 데이트의 증인이다. 나의 첫사랑 허석을 둘러싸고 이모를 마음속으로 질투하기도 한다. 어른들의 연애를 훔쳐보며 나는 이모와 양장점 미스 리가 벌이는 신분 상승 전략을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 삼촌의 다락방에서 무협지와 통속소설을 읽고 성을 배웠으며, 미용실의 ‘선데이서울’로 섹슈얼리티에 대한 지식을 완성한다. 짝사랑, 첫 키스, 장군이 엄마와 최 선생님의 정사 장면 목격, 이모의 낙태 수술과 마을 유지공장의 화재, 그리고 이모 친구인 경자 이모의 죽음을 경험한다. 그야말로 나의 열두 살은 파란만장하다. 그리고 나는 초경을 시작한다. 어른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서 내가 냉정을 유지하는 방법은 나를 두 개의 나로 분리하는 것이다. “내가 내 삶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 데서 시작된다.”(12쪽) 바라보는 나는 나를 관찰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어떤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감시한다. 그렇게 나의 성장은 완성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돌아온 아버지와 함께 새엄마와 태어날 이복동생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1970년대의 시작과 함께 나에게도 가정환경조사서에 기재할 수 있는 번듯한 가족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맙소사, 아버지라니, 70년대엔 내게 아버지가 있다니, 이건 대단한 농담이다.”(380쪽)라고 말한다. 60년대엔 나에게 아버지가 없었으니 이건 70년대식 농담이라고 ‘바라보는 나’는 생각한다. 할머니의 자궁가족에서 부계가족으로의 이전은 나에게는 농담일 뿐이다.
왜 농담인가. 정상가족으로의 이전은 버젓한 보통의 아이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의 비밀을 알아버린 나는 정상성의 세계가 결코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부계적 정상성은 나에게 농담일 뿐이다. 여기서 스토리타임인 1969년 1년의 시간과 액자 구성으로 이야기를 감싸고 있는 현재의 디스코스타임이 1995년이라는 사실을 따져봐야 한다. 나는 현재 38세 지방 전문대 교수가 됐다. 잠자리를 함께하는 남자가 있고, 나의 동창생인 그는 이복동생의 첫사랑이자 멘토였다. 열두 살 때의 예견대로 정상성은 그의 삶에서 농담일 뿐이다. 1969년의 아폴로 11호와 수챗구멍과 변소 구덩이를 오가는 회색의 쥐는 현재 내가 바라보고 있는 1995년의 무궁화호와 레스토랑 너머 보이는 회색의 쥐와 동일한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나는 우호적이지 않은 세상과 여전히 냉정함을 가장한 채 삶을 유지하고 있다. 우주선으로 상징되는 부계적 허세의 세계가 계속되는 동안 나는 회색의 쥐꼬리 같은 회색의 일과들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 나는 무궁화호를 보고 있다. 90년대가 되었어도 세상은 내가 열두 살이었던 60년대와 똑같이 흘러간다.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무궁화호를 보고 있다. 나는 아폴로 11호를 보고 있다. 나는 쥐를 보고 있다. 수챗구멍과 변소 구덩이를 오가는 쥐의 태연하고 번들번들하고 작은 눈, 긴 꼬리의 유영, 그리고 그 심각하지도 비루하지도 않은 회색의 일과들을.(387쪽)” 이 작품의 마지막 단락은 자신이 회색의 쥐꼬리라는 자각을 보여준다. 우주선의 세계에 여성은 없다는 냉정한 자각이다.
지지부진하고 반복적인 삶이 일상이며, 따라서 진기하고 특별한 ‘사건’들은 일상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어떠한 ‘사건’들도 일상의 바탕 없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은 반복적이며 잘 변하지도 않고, 사소하지만 이처럼 심오한 문제도 없다. 마페졸리의 분석처럼 일상은 사람들의 적나라한 삶이 진행되는 생존과 존속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구질구질하고 지지부진한 일상의 견고함은 이념적 치열함과는 거리가 멀다. 먹고살기와 성과 사랑, 가족과 결혼의 현실은 여성의 삶을 구성하고 있고, 그러한 여성의 운명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예감한 어린 소녀는 스스로 조기 성숙을 선언하게 되는 것이다. 낭만적 사랑의 신화를 벗겨내고 여성성이라 믿었던 순정함을 뒤집어놓음으로써 은희경은 가부장적 여성성의 운명을 거부한다. <새의 선물>의 진희는 가부장제가 덧씌운 여성의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냉소와 위악을 장착한 순정한 인물이다.
“이곳은 얼마나 추악한가…… 그림자가 드리워진 빈은 온통 잿빛이고, 일상은 기계적으로 반복될 뿐이다.” 에곤 실레의 ‘안톤 페슈카에게 보내는 편지’(1910)로 이 글을 마무리하며, 그의 ‘초록색 스타킹을 신고 누워 있는 여인’을 떠올린다. 1900년대 초 빈의 모더니스트 실레가 사창가의 흘러넘치는 성과 상류계층의 위선과 개인들의 욕망을 도시의 일상으로 그려냈다면, 은희경은 ‘익명의 성기’와 섹스를 하거나, 늘 향상심에 시달리지만 마이너리그일 수밖에 없는 우리 시대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선옥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학부 부교수
▶[지난시리즈] 양귀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여성억압의 역사 넘어서려 한 페미니스트 대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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