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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한길 솜방망이 징계, ‘극우 본당’ 자처한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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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8-19 20:54 조회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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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윤리위가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소동을 일으킨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에 대해 14일 ‘경고’를 의결했다. 경고는 가장 가벼운 징계 조치다.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전씨가 전과가 없고, 본인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향후 재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했다. 전씨는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탄핵찬성파인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의 연설 도중 ‘배신자’를 연호하며 소란을 피웠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며 제명이라도 할 것처럼 엄포를 놓더니 유야무야 끝낸 것이다.
전씨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옹호한 아스팔트 극우 인사다.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과 극우 집회에 나와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렸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이 사저로 돌아오면서 “다 이기고 돌아왔다”고 궤변 늘어놓은 걸 두고 “예수님 같다”고 했다. 지난 6월 국민의힘에 입당해서는 윤석열의 정치적 복권과 당의 극우화를 줄기차게 시도 중이다.
전씨는 국민의힘이 최소한의 혁신 의지가 있다면 애초에 당원으로 받지 말았어야 할 인사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는 어물쩍 넘어갔다. 그러더니 이번 징계 기회마저 솜방망이 처벌로 걷어찼다. 축출해도 모자랄 전씨의 당내 입지를 외려 공식화한 꼴이 됐다. ‘극우 본당’이 되기로 작정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씨는 국민의힘이 앓는 ‘극우병’의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전씨 같은 사람과 손잡고 당권을 쥐려는 친윤, 거기에 영합하는 다수 의원들의 기회주의적 처신이야말로 극우병의 온상이라 할 것이다. 김문수 당대표 후보는 전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석열이 입당하면 받겠다 하고, “계엄으로 인해서 (죽거나 다친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이날은 ‘김건희 특검팀’의 당사 압수수색을 막겠다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국민적·헌법적 판단이 끝난 ‘내란의 강’, 김건희 일당이 범한 ‘국정농단의 강’에 제 발로 다시 뛰어드는 격이다. 전씨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는 여전히 ‘탄핵 반대’ ‘윤 어게인’을 외치는 사람들이 당 주류임을 보여준다. 이런 정치적 자해가 없다.
10명의 사상자를 낸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가 발주청·시공사·하청업체 등이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키지 않아 발생한 명백한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리 상판에 깔리는 구조물이 넘어지지 않게 막는 ‘스크루잭’을 작업 편의를 위해 임의로 제거한 점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2월 세종안성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사고 조사 결과, 발주청·사공사·하청업체가 총체적으로 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 벌어졌다고 19일 밝혔다.
당시 사고는 거더(다리 상판에 깔리는 대들보)를 설치·인양하는 중장비인 런처가 뒤로 이동하던 중 거더를 넘어뜨리며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교량이 붕괴하며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해당 공사의 발주청은 한국도로공사이며,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었다.
사조위는 거더가 넘어진 결정적 원인으로 전도방지시설인 스크루잭이 작업 중 임의로 해체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의 매뉴얼에 따르면, 스크루잭은 거더를 설치한 후 가로보를 타설·양생하는 안정화 작업을 거친 후에 제거해야 한다. 조사결과, 현장에선 작업 편의 등을 이유로 그에 앞서 임의 제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조위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으로 분석한 결과 총 120개의 스크루잭 중 72개가 거더를 안정화하기 전에 해체됐으며, 전도방지 와이어도 제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검사·감독해야 할 주체인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은 하청업체인 장헌산업이 스크루잭을 임의 제거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방으로만 이동해야 하는 런처를 거더 설치 이후 후방 이동한 점도 사고 발생 원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런처의 후방 이동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인증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과 한국도로공사는 이 런처의 후방이동 작업이 포함된 안전관리계획서를 수립·승인했다.
오홍섭 사조위 위원장(경상국립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은 “안전관리계획서상에는 런처의 후방이동이 전방이동과 동일한 방법으로 이뤄진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기재돼있다”면서 “스크루잭을 사용하고 후방이동 시 단계별 안전관리계획이 철저하게 수립돼 있었다면 (사고 없이) 작업이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사고는 제대로 된 안전계획 없이 후방 이동하던 런처가 스크루잭 없이 허술하게 놓여있던 거더를 넘어뜨리면서 발생했다. 오 위원장은 “붕괴 시나리오별 구조해석 결과, 런처 후방이동 등 동일한 조건에서 스크루잭이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 거더가 붕괴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스크루잭 제거가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시공 현장에서의 관리·감독에서도 총체적 부실이 나타났다. 시공계획에 제시된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작업 일지상 운전자가 달랐고, 작업 일지상 운전자도 다른 크레인 조종을 위해 당시 현장을 이탈해 있었다. 사고 런처는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기술자가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조위는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도방지시설의 해체 시기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발주청과 건설 사업 관리자의 관리·감독 의무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국토부는 전도방지시설을 가로보 타설·양생 이후 건설 관리 기술인의 승인을 거쳐 해체하는 것으로 교량공사 표준시방서를 개정할 계획이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사조위 조사 결과와 특별 점검 결과를 경찰,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에 즉시 통보할 것”이라며 “각 행정청은 소관 법령에 따라 벌점·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처분을 검토하는 등 엄중히 조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제시된 의견과 권고 사항을 상세히 분석해 회사 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와 시스템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경북 포항북부경찰서는 자신의 아내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특수상해 등)로 60대 A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2일 오전 1시 30분쯤 포항시 북구 한 아파트에서 아내인 B씨(50대)를 향해 흉기를 휘둘러 팔에 상처를 입힌 혐의다.
그는 또 30대인 아들인 C씨가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가 흉기를 들고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C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가정불화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흉기에 찔린 B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한국이 일제 강점의 사슬에서 풀려나 빛을 되찾은 지 80년이 됐다. 해방 직후 남북 분단에 이은 한국전쟁, 두 차례의 군사쿠데타, 외환위기 등 시련을 이겨내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 잡은 그간의 과정은 기적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화·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에 인구 5000만명의 ‘30-50클럽’에 진입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올해 광복절은 8개월 전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계엄으로 인한 헌정중단 위기를 넘긴 뒤여서 더 의미가 각별하다. 누란의 위기에서 민주주의를 구해낸 주체가 ‘가장 밝은 빛’을 들고나와 거리를 메운 시민들이었음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 결정문에서 밝힌 대로다. 극우의 발호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 시민들이 보여준 ‘민주주의 회복력’(resilience)은 인류의 자산으로 기억될 가치가 있다. 4·19, 5·18, 6·10, 12·3으로 이어진 시민들의 저항·연대 정신은 일제강점기 선조들이 국내외에서 벌였던 치열한 독립투쟁과도 닿아 있다. 한국의 해방을 거저 얻은 것으로 간주하는 ‘자학적 사고’는 일제하 독립투쟁사를 온전히 조명하고 발굴하지 않은 불찰에서 비롯됐음을 성찰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정치 분야에 국한된 성취가 아니라, 한국을 경제번영으로 이끈 원동력이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바탕이 된 포용적 경제 제도가 번영을 이끈다는 경제학설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투명한 시장경제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거둔 한국의 사례에 부합한다. 법치와 투명성, 표현의 자유 속에서 성장한 K콘텐츠의 매력이 세계적 열광을 이끌어내고 있다. 제국주의·식민주의 ‘원죄’가 없는 한류는 세계인들이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글로벌 자산으로 손색이 없다.
세계 질서의 전환기 속에 맞는 광복 80년은 또 다른 도전을 향한 출발점이다. 안팎에 난제들이 겹쌓여 있다. 국내적으로는 내란 잔재 청산과 통합의 바탕 위에서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세대·성별 간의 갈라진 틈을 메워야 한다. 자산 불평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일터 안전 등 문제도 풀어야 한다. 저성장 기조 속에 중국의 거센 추격과 미국의 정책적 압박으로 입지가 흔들리는 한국 산업의 혁신과 성장동력 역시 중차대한 과제다. 자칫, 거울나라의 앨리스처럼 ‘죽어라 뛰어야 제자리’를 유지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핵무력 완성에 더해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과 협력해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는 일은 힘겹지만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구도 속에서 한·미 동맹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호혜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는 국익외교의 고차방정식도 풀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차이를 극복하고 ‘미들파워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유지·발전시키는 일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바탕 위에서 양국 협력의 새로운 기초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역사가 토인비의 말처럼, 1945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의 지난 80년은 문명이 안팎의 도전에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된다는 걸 입증한 시간이다. 성공신화에 취하는 것은 금물이나, 자기비하나 비관도 바람직하지 않다. 해방 후 80년의 성취에서 자긍심을 갖되, 긴장감을 잃지 않고, 정치·외교·경제·과학기술·민생·한류까지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갓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가까운 후배가 이 노래 한번 들어보라며 동영상 링크를 보내줬다. 제목이 ‘싸구려 커피’라 했다. 후배와 달리 당대 국내 인디 음악계를 거의 알지 못했던 난, 별 기대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르고 저편에 앉아 책을 펼쳤다. 몇 소절 지나지 않아 책에서 눈을 뗀 채 노랫말에만 귀를 쫑긋했다. 이제껏 경험 못한 독특한 감각이면서도 정서적으론 친숙했다. 몇번씩 반복해 들으며 이 ‘화상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랩인지 타령인지 모를 톤으로 “언제 땄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 모금 아뿔싸 담배꽁초가”라 읊조리는 대목에 이르면 매번 웃음이 터졌다. 그게 어떤 상황일지 그려져서였다. 요컨대 이런 장면이었다.
늦여름 오후, 공강 시간에 학회실로 들어서니 실내금연 규정에 아랑곳하지 않은 선후배들이 몰래 피워댄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구멍 숭숭 난 낡은 소파에선 몇몇이 기타를 딩둥거리고 있고, 허세 넘치는 고뇌와 어설픈 사랑론이 적혀 있던 사이로 중화요릿집과 분식집 배달번호가 휘갈겨진 낙서장이 탁자 위에 펼쳐져 있다. 낙서장을 넘기다 목이 말라 누군가 마시다 두고 간 듯한 캔 음료를 집어 든다. 미지근한 캔에 무심코 입을 대었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안을 들여다보자 아뿔싸, 거기엔 담배꽁초가! 한두 번 당했던 게 아니었다. 한 모금 삼킨 후 캑캑 뱉어낸 적도 있다. ‘콜라’란 단어에 담배꽁초부터 연상하는 사람이 세상에 나 말고는 없을 줄 알았는데 이 정서를 포착해 음악으로 옮겨내다니, 경이로웠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에선 동기의 자취방으로 우르르 몰려가 소주 마시며 왕가위의 영화를 보다 이부자리도 펴지 않은 채 장판 바닥에서 잠들었던 여름밤이 떠올랐다. 쓸쓸할 때 ‘싸구려 커피’를 떠올리면 명랑해졌다. 그렇게 주기적으로 찾아 듣다 우연히 어떤 평을 읽게 되었다.
“기억하기조차 싫은 뜨뜻미지근한 감정이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누군가 블로그에 남긴 감상이었다. 글쓴이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우울의 늪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라 했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 없이 영속될 것만 같은, 고시원 반지하의 무기력한 날들에 대해 적고 있었다. 일순간 당황했다. 기억의 수면 위로 솟아오른 감정이 뜨뜻미지근하고 울적한 것이리라 미처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짓궂지만 유쾌한 빛깔과 냄새와 감촉을 지닌 것일 줄 알았다. 다른 이들도 나처럼 노랫말에서 20대 초반 무렵 동아리방이나 친구네 자취방, MT 이튿날 아침 등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리라 막연히 가정했던 셈이다. 어쩌면 내가 품었던, 음악적 취향과는 결이 다른 모종의 친밀감 또한 은밀하고 견고한 문화자본을 전제하고 있었으리란 자각을 그날 처음 갖게 됐다. 일정한 ‘가방끈’을 지닌 특정 연령대가 느슨하게 공유하는 과거 한 시기의 감수성 같은 것 말이다.
여전히 ‘싸구려 커피’를 즐겨 듣는다. 에스프레소 마시며 캔 음료의 기억을 복기한다 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믿는다. 사실 그리움이나 정겨움 같은 온기 어린 감정의 팔할은 느슨하게 공유하는 과거 한 시기의 감수성으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한다. 그 감수성을 ‘우리’라고 하는 울타리를 치는 데에 남용해선 안 되겠다는. 내면에서 길어 올린 사소한 기억을 소재 삼은 글쓰기 자체를 내가 그만둘 순 없더라도 이를 함부로 일반화해 뭔가 단호히 주장하려 들거나 자신의 좁다란 경험 세계를 예시로 들며 섣부른 계도를 시도하면 안 되겠다는. 저 노래 듣고 우울해하는 대신 명랑해질 수 있었던, “세숫대야에 고여 있는 물” 같던 시기에 그 바깥을 상상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젠 그 바깥으로 나온 세대 혹은 계층에 속할 사람은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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